오키나와행, 비행기 안에서

-수첩 속 추억 (23.11.30)

by 겨리

이륙한 지 한 시간 남짓 지났다.


중앙통로에 앉으니 밖은 보이지 않고

비행기 동력소음만 들린다. 옆 좌석의 딸내미, 뒷자리에는 두 언니가 함께 한다.


언니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 자매들이 함께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첫 여행이다. 도쿄에서 출발하는 막냇동생도 지금쯤 오키나와로 향하고 있겠지.

동생은 수 십 년 일본에 있었지만 이렇게 여러 형제들과 조카들까지 동행하는 여행은 처음인 것이다.


각기 삶이 바쁘고 모두의 상황이 다르다 보니

함께 하는 여행은 꿈도꾸지 못했었다. 우리의 인생살이가 왜 이리 숨찼을까. 이유를 따지자면 아마 백가지도 넘을 것이다.


이모들의 상황과 여건이 어떻든 직진으로 추진한 딸내미 덕에 함께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오랜 세월, 어느 한순간도 허투루 살지

않으려 애썼지만 역시 인생의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무엇이든 완벽한 상황은 없을 터 이런저런 상황과

핑계들이 선뜻 행동을 못하게 한것 같다.


일을 저질러본 경험이 없다는 건 그만큼

용기가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인생이

계획대로 살아지는 게 아님에도 그 계획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큰일 나는 것처럼

느끼며 살았으니까.


우리를 태운 육중한 비행기가 푸른 창공을

날 수 있는 건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물인 것이다. 또 얼마나 많은 요소들과 에너지가 동원되

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새털 구름을 뚫고 조용하게,

사실 어마어마한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에 잠긴다.


내 인생의 비행 역시 얼마나 많은 스토리를

담고 있는지. 항로를 잘 찾아가고 있는 걸까


거대한 비행기가 거침없이 하늘을 날 듯

내 삶의 창공을 유유히 날고 싶다. 곁에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 몇이면 족하다.


눈을 가만히 감는다.

홀로서기 7개월만에 만나는 아들,

거의 3년만에 만나게 될 동생의 모습을

그려 본다. 그리운 얼굴들...

내 삶 여정의 또 한 페이지가 채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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