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사람과는 무슨 얘기를?

연어 말고 뭐가 있을까?

by 수첩과 만년필

지난 10월에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가을 내내 서울 곳곳에서 주말마다 마라톤이 열렸고 이 날도 그랬기에 버스는 종로 쪽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나는 롯데백화점에서 내려야 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그곳도 마라톤 교통통제의 영향이 미치고 있었고 버스 시간이 늘어났다 줄어들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지하철로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외국인 커플이 핸드폰과 버스 안내 전광판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넉넉했기에 그리고 주변에 나를 말리는 사람(아내)도 없었기에 오지랖이 발동했다.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버스를 타고 9호선을 탈 예정이란다. 최종적으로 어딜 가냐고 다시 물으니 봉은사로 간다고 답했다. 전광판을 가리키며 버스시간이 종잡을 수 없으니 난 지하철로 이동할 생각인데 당신들이 원하면 지하철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덧붙여 봉은사는 2호선 삼성역에서 내려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니 지하철을 갈아탈 필요도 없다고 말해줬다. 잠시 눈빛을 교환하더니 같이 가겠단다.


함께 이동하며 비로소 물었다.

"어디서 오셨나요?"

노르웨이에서 왔단다. 노르웨이에서 온 사람은 처음 만나봤다.


몇 걸음 걷다가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가 떠올랐다.

"요 네스뵈를 아시나요? 제가 몇 년 전에 그 사람 책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라고 말하니 활짝 웃으며 당연히 알고 있다고 했다. 여자분이 말하길 그 작가가 원래는 잘 나가던 증권회사 직원이었는데 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말도 했다. 첫 질문에서 공통 관심사를 찾게 돼서 기뻤다. 지하철로 이동하며 내가 요 네스뵈의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이 사람 소설에 보면 은행강도가 영어를 쓰면서 은행을 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게 실제로 노르웨이에서 가능할까요?"라고 두 사람에게 물어봤다. 여자분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능한 일이라 했다. 노르웨이에서는 영어가 공식적인 공용어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어서 은행 같은 곳에서는 당연히 통한다고 말했다. 남자분이 덧붙이길 영어로 된 영화나 드라마는 자막 없이 방송될 정도로 영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어서 여행자들에게 쉽게 물어볼 수 있는 것들을 물었다. 5일 일정으로 내한했고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날씨가 좋아 다니기 좋다고 했고 마지막으로 음식이 너무 좋다고 했다. 그 외에도 케이 컬처에 대해 이야기했고 파친코와 오징어게임 이야기도 잠깐 했다.


짧은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내가 내려야 할 지하철 역을 세 정거장이나 지나쳤다. 열차에서 내려 반대편 방향 지하철로 이동하며 아내가 봤으면 또 "오버하네"하는 눈빛을 보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었다.


결국 약속에는 15분이나 늦었고 일행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했다. 하지만 나의 작은 용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고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건 덕에 오래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기에 내 속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은퇴 후에는 관광통역사나 통역 자원봉사를 알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신나는 서울 구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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