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는 때가 있다는데...
어렸을 적 어른들은 나에게 젊었을 때 공부해야 한다고 하셨다. 맞는 말씀이었다. 늙어보니 눈도 나빠지고 체력도 떨어지고 기억력도 나빠진다. 그래서 어른들 말씀 틀린 게 없다고 하나보다.
공부만 그럴까?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의 반대편에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가 있다. 이 말도 역시 진리다. 노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잘 논다. 역시 옛 어른들 말씀은 틀리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중년이 되어보니 예전에는 몰랐던 재미들이 있다. 낯설어서 손을 못 대던 음식의 맛을 알게 되었고, 젊은 사람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다시 공부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50대의 공부에도 이전의 공부와 비교했을 때 장점이 있다. 일단 젊었을 때보다 돈이 있다. 그땐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야 했고, 아끼고 절약하는 가정교육의 결과로 나는 책 사는 돈도 아꼈다. 그러나 지금은 돈보다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조금이라도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너그럽게 지출한다. 잘 써지는 펜을 고르고 그 펜에 알맞은 종이로 된 공책을 사서 적는다. 잠깐 보고 말 책도 구입할 수 있고 인공지능 구독비용도 한 달에 몇만 원 정도 쉽게 투자한다.
두 번째로 인간관계가 단순해졌다. 이건 사람마다 차이가 크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이제 만나자고 연락하는 사람이 그전보다 훨씬 줄었다. 그리고 만약 연락이 와도 내 사정에 따라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공부할 시간을 규칙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살아온 경험이 학습에 도움을 준다. 내 아버지의 칠순 때 아버지 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으신 외숙부께서 말씀하셨다. "네 아버지, 70 평생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살았다." 처음 들었을 땐 잘 이해를 못 했는데 이제는 조금 알겠다. 나도 50년 넘게 하루하루를 빠짐없이 살아왔고 그 기간 동안 겪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조금은 더 알게 되니 새로운 것을 배울 때도 그 배경지식이 이해력을 높여준다.
이상은 내가 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며 알게 된 것들이다.
4대 1 정도의 경쟁률이었고 수험생 중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아 보였다. 면접관 중 한 명이 나에게 "대학원 코스워크(coursework)를 하려면 읽을 것들도 많은 데 (그 나이에) 괜찮겠어요?"라고 물었다. 예상했던 질문 중 하나였기에 잘할 수 있다고 말한 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시험을 마치고 나니 틀리게 쓴 답도 생각나고 면접에 더 멋지게 대답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당연히 합격을 바라고 있지만 지금까지 도전한 과정에서 얻은 나 자신에 대한 성찰과 중년의 공부에 대한 지식은 이미 나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도 붙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