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보고도 닿지 않는 밤의 기록

by 미리암 최정미



특별전을 준비하며
백화점에 다녀왔다

소윈도의 얼굴은 평온했고
시즌을 갈아입히는 사람들의 등에는
땀이 고여 있었다

운동화를 신고
검품장으로 들어가던 나에게
그날의 백화점은
화려한 장소가 아니라

밤 열한 시를 넘겨
문을 열고 나오던
하나의 문이었다

높고 낮음이 없는 문
누구에게나 같은 높이의 문
값도, 을도 없는
보이지 않는 약속

함께 들어가면
국물은 더 따뜻해지고
수제국수는
손의 온도를 닮는다

흙 묻은 장화를 신고 와도
고무신을 신고 와도
운동화를 신고 와도
구두를 신고 와도

낮지 않은 출입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오늘도
맛있는 온도 속에
마음을 풀어두고 간다.


2016년 1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