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의 시간
나무는
가마솥을 달구어
콩을 삶고,
석유는
쇠로 된 기계를 달구어
곡물을 고르게 만든다.
시간은 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익어 간다.
찌그러진 오래된 볼은
그릇이 되어
사라져 가는
옛날 뻥튀기 사장님의
단짝이 되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묻는다.
오늘 나는
어디에서
어떤 얼굴로
어떤 영향력을
나누는 사람일까?
지금 드러나지 않더라도
콩이 장이 되기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듯
나는
이로움을 서두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아이가
입고 자랄 수 있는 옷처럼
시간을 통과해도
해지지 않는 마음을
남기고 싶다.
장독대 안에서
콩이
서로의 온도를 건네며
천천히 장이 되듯
나 역시
삶이라는 그릇 안에서
사람의 시간을
익히고 있다.
눈에 띄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쪽으로
나랑 비슷한 삶을 살아온
단 한 사람에게
닿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2017.어느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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