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보고도 닿지 않는 밤의 기록

하나님 감사합니다

by 미리암 최정미


이른 새벽 버스 정류장에서
하루의 시작은
기다림과 함께 찾아왔다

아침 여섯 시,
열 시, 두 시, 네 시
막차가 드문 이곳에서
나는 읍내장으로 향한다

시골 장터엔
방앗간이 있다
이른 새벽부터
곡물들 사이에
고소한 향이 번지고

나는 고추를 들고
그 앞에 서 보았다
전기장판 위에 앉아
혼자 열심히 TV를 보고 있는 화면
그리고 불쑥 보인
꾹꾹 눌러쓴 글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삐뚤빼뚤한 글씨가
소박하게 반복된다

방앗간 사장님은
오래 교회를 다녔다고 했다
남편의 허리 부상으로
홀로 일을 감당하며
가끔 급한 성격으로
호통을 치기도 했지만

그 일상 속에서도
사장님은
꾸준히 감사의 말을
손바닥만 한 종이에 적어두었다

삶의 기계 소리가 가득한 그곳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살아지는 삶,
살아가는 삶,
살아내는 삶이
잘 엮이면
그것이 축복이며
아름답고 눈부신 순간임을
조용히 느꼈다

쉽게 오를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지나
한 걸음 한 걸음
감사함으로 오늘을
걸어가는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