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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Dec 13. 2021

자가격리 첫 날...

저녁엔 뜨끈한 부대찌개를 끓여야겠습니다.

중3 큰 아들은 자기 방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중2 작은 아들은 오늘부터 다시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거실 테이블 위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합니다. 아빠는 주방 앞 작은 아일랜드 식탁에 앉아서 일을 합니다.


지금 우리 집은 가족 모두 집에서 일을 합니다.


큰 아들은 지난주에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습니다. 함께 공을 차던 친구 중 한 명이 확진되었다고 나중에 연락받았습니다. 주말에 가족 모두 보건소로 달려가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모두 음성이 나와서 다행이지만, 큰 아들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면서 가족 모두 자가격리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아침에 회사에 출근했지만, 밀접 접촉자 큰 아들 사건을 회사에 보고 후 곧바로 재택근무 명령을 받았습니다. 노트북과 일거리를 잔뜩 들고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큰 아들 덕분에 아빠는 바빠졌습니다.


오전에 집안 정리와 세탁을 끝냈더니, 쉴 틈 없이 다시 점심을 준비합니다. 아이들만을 위한 간단한 점심을 계획했지만, 엄마와 함께 온 식구가 함께 먹을 식사를 차려내야 합니다. 냉장고에 보관 중인 찬밥과 아침에 먹고 남은 밥을 합쳐서 3인분의 볶음밥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4명이 먹기에는 부족합니다. 찬밥을 다시 넣어놓고 새로 밥을 안쳤습니다. 


아침에 먹은 된장국을 또 내놓기가 미안합니다. 간단하게 북엇국을 끓였습니다. 평일 점심에 가족 모두가 모여서 식사하는 건 오랜만입니다. 자그마한 특별함이 필요했습니다. 야채칸에 굴러다니는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을 꺼냈습니다.


물기를 뺀 두부를 으깨고 고기와 야채를 섞었습니다. 물에 불려놓은 표고버섯 속에 달걀을 입혀서 양념한 두부로 속을 채웠습니다. 표고버섯에 십자가 모양의 칼집을 만들었습니다. 달걀을 잘 발라서 두부소가 표고버섯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준비했습니다.


느타리버섯은 먹기 좋도록 손을 찢었습니다. 소금과 후추만으로 밑간을 맞추고 청양고추 두 개를 비슷한 크기로 잘라서 넣었습니다. 밀가루와 달걀로 느타리버섯을 전 모양으로 잘 붙도록 섞었습니다.


기름 냄새가 집안 가득히 찼습니다. 다행히 가족들은 싫어하지 않습니다. 점심에도 엄마와 같이 있으니, 공휴일 같다며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느타리버섯전과 표고버섯전을 먹으며 잔칫날 같다고도 말합니다. 작은 아들은 점심을 먹으면서 저녁엔 뭘 먹냐고 벌써부터 묻습니다.


온 가족의 가자 격리 첫날은 이렇게 즐겁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10여일 동안은 오늘처럼 잔칫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아빠는 점심을 먹으며 저녁엔 뭘 준비해야 하는지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내일부터 삼시 세 끼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점심식사 후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습니다.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했습니다. 과일을 깎아서 아이들과 아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아빠는 과일보다 아주 진한 커피가 먹고 싶습니다.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리는데, 엄마가 '나도 한잔!'이라고 말합니다.


커피 잔을 들고 혼자 식탁에 앉았습니다. 식사 후, 가족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자신들의 일에 몰두합니다. 온 가족이 모두 모였는데, 아빠의 마음은 왠지 허전합니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 봅니다. 저녁엔 뜨끈한 부대찌개를 끓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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