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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헛하다란 말의 의미.

배 속이 빈 듯한 느낌, 채워지지 않은 허전한 느낌.

by 주부아빠

아침에 밥을 많이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습니다. 점심엔 샌드위치를 2개씩이나 먹어도 무언가 허전합니다. 가득히 채워도 어딘가 빈 듯한 느낌입니다.


어제.... 큰 아들이 입대를 했습니다.

군대를 삶의 전환점으로 삼고 싶은 모양입니다. 올해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벌써 군대를 가려한다니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들이 자유로운(?) 지금의 삶을 바꿔보려는 기회 중 하나로 군입대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군대가 모든 것을 다 바꿔놓지는 못하지만, 익숙한 삶으로부터의 결별은 무언가 커다란 인생의 첫 결단인 것은 분명합니다.


입소식에 모인 훈련병들이 하나같이 불쌍하고 처량하고 어려 보입니다. 200여 명의 빡빡머리 훈련병들이 전부 내 아들처럼 여겨집니다. 앉아있는 훈련병들 주위에서 가족이 울고 있습니다. 대성통곡하는 어머님들과 가족들도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가슴저리게 우는 연인들도 많습니다. 그래봐야 고작(?) 18개월뿐인데 말입니다. ㅎㅎ


나는 입소식이 끝날 때까지 아들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들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여있습니다. 울지 않으려고, 떨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더 슬픕니다.


엄마는 입소식 시작 전부터 울고 있습니다. 간신히 울음을 참으며 아들에게 웃어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아들은 엄마를 안아주며 엄마를 위로합니다. 문제투성이 같은 아들이 다 큰 어른 같습니다.


아들은 친한 친구와 동반입대를 합니다. 혼자가 아니라서 안심입니다. 의지할 친구가 옆에 있어서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아들과 헤어지며 손을 잡았습니다.


"아빠가 매일 기도할게!"


울컥하는 감정을 간신히 다스리며 이 말을 끝냈습니다. 하마터면, 나까지 울면서 아들과 헤어질 뻔했습니다.


거수경례를 하는 아들의 모습은 벌써부터 군인의 향기가 나타납니다. 아들이 잘 적응하고 잘 마무리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들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보입니다.


지금의 힘든 시간이 아들에게 인생의 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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