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용돈은 주급 2만 원씩 매월 8만 원입니다. 학원이나 체육관을 다닐 때 필요한 교통비와 친구들과 어울리며 필요한 돈을 포함해서 산출한 금액입니다. 방학 후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5천 원을 인상해 달라는 요구를 반영하여 8만 5천 원이 되었습니다.
방학 때는 학교를 가지 않습니다. 친구들도 자주 안 만났습니다. 학원과 체육관도 잠시 쉬었습니다. 교통비와 학교생활에서 지출하는 용돈이 필요 없는 방학 땐, 용돈 지급을 잠시 중단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달라는 금액을 주었습니다.
방학 중, 아이들은 맡겨놓은 돈을 받으러 온 것처럼 8만 5천 원의 용돈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한두 번의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준다고 말하곤 더 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요구가 갈수록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주지 않느냐며 따지듯이 말합니다. 엄마가 마치 월급을 떼먹고 있는 악덕 사장님이 된 기분입니다.
학교와 학원을 가지 않고 있으니, 큰 금액의 용돈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엄마의 말도 소용없습니다. 아이들의 태도에 화가 났습니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너희들의 태도에 아빠가 화가 난다고,
용돈은 부모가 자녀에게 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아니라고,
용돈을 요구하는 너희들의 태도에는 고마움과 감사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용돈은 엄마와 아빠가 너희들에게 필요한 만큼을 정해서 주는 것이라고,
때로는 만족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고,
우리 집 상황이 좋지 않을 땐 용돈을 줄이거나 안 줄 수도 있다고.....
아이들은 아빠가 이 새끼 들아!....라고 하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혼나는 척하는 표정이 아니라, 놀라움의 표정이었습니다. 아빠가 이런 욕도 하는 사람이었다니....
엄마에게 용돈을 달라고 몰아세우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빠는 순간 이성을 잃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무 말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습니다. 아빠는 화가 나는 이유와 지금의 감정을 아이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할 말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큰 아들은 매달 용돈으로 사용할 계획을 정해 놓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바뀌어서 계획이 틀어졌다며 불만을 말합니다. 작은 아들은 아빠의 화내는 모습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빠 얼굴만 바라봅니다.
밤새 잠이 오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잘못 키웠다는 죄책감에 잠을 잘 수 없습니다. 고마움과 감사함을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들로 키운 것 같아서 슬픕니다. 자격 없는 부모 같아서 괴롭습니다.
늦은 새벽에 잠시 누웠다 일어났습니다. 평소처럼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였습니다. 아이들을 깨우고 아내를 출근시켰습니다. 출근하는 엄마를 큰 아들이 따라갑니다. 아빠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엄마에게 말합니다.
"엄마.... 그래도 용돈을 원래대로 주시면 안 돼요?"....
설거지하던 두 손이 떨렸습니다. 원래 중2는 이렇게 황당한 거야! 를 마음속으로 곱씹으면서 흥분된 내 마음을 이해시켰습니다. 물 한잔 마시고 설거지를 다시 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