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 어느 하루....
마복림 파 vs 들국화 파.
날씨가 덥습니다. 더운 날씨에는 뭘 하든지 힘겹고 하기 싫은 마음뿐입니다.
아이들은 방학입니다. 방학을 핑계로 생활습관이 흐트러질까 봐서 기상시간은 등교할 때와 동일합니다. 아이들은 방학이라며 늦은 기상을 요구했지만,아빠는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동일하게 일어납니다.
더위 때문에 아침부터 국이나 찌개를 끓이기가 귀찮아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차가운 국물 만들기를 자주 찾아봅니다.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미역냉국, 오이냉국, 콩나물 냉국을 돌려막기 식으로 식탁 위에 올립니다. 얼큰하고 뜨거운 국과 찌개를 좋아하는 작은 아들은 불만이 가득합니다. 밥 먹을 땐 뜨거운 국이 이었으면 좋겠다며, 준비한 음식은 손대지 않고 조미김으로만 밥 한 공기를 먹습니다.
아침 식탁 위에서 감사를 잊은 아들에게 잔소리를 퍼부었습니다. 고마움과 감사를 잊으면 짐승이라며 심한 말까지 쏟아냈습니다. 더위 때문에 짜증이 심해진 건지, 아빠의 수고를 알아달라고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감정 섞인 잔소리가 집안의 온도를 더 덮게 만들었습니다.
잔소리로 올라간 온도 때문에 점심은 시원한 콩국수를 만들었습니다.
더운 날씨를 뚫고 마트에 가서 콩국물과 소면을 사 왔습니다. 잘 삶은 소면에 콩국물을 담고 그 위에 차가운 얼음을 올렸습니다. 아이들 콩국물에 소금으로 간을 맞췄습니다. 처음엔 텁텁하다며 조심스럽게 먹던 아이들은 콩국물의 담백함보다는 얼음의 시원함에 삶아놓은 소면을 모두 먹었습니다.
오후에 에어컨을 켰습니다. 우리 집에서 에어컨은 지구를 살리고 국가를 위한다는 핑계로 점심 이후에만 돌립니다. 가난하게 성장한 아빠의 사고방식은 무더위 속에서도 에어컨을 아침부터 켤 수 없게 합니다.
오후 내내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쏟아낸 잔소리가 마음에 걸립니다. 맛있는 저녁상으로 미안함을 잊어보려 합니다. 고민 끝에 외식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내의 퇴근시간에 맞춰서 아이들을 태우고 아내의 직장에 들려 아내가 합류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신당동으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마복림 파이고 난 들국화 파입니다. 아내는 마복림 할머니 가게에서 떡볶이를 자주 먹었고, 아빠는 마복림 떡볶이 가게 옆 옆에 있는 들국화 가게를 어렸을 때부터 다녔습니다. 아내의 주장은 아빠의 설득을 이겼습니다. 우리는 마복림 할머니 가게에서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국대, 신전, 그리고 지금은 찾기 힘든 죠스 떡볶이에 익숙한 아이들은 특이한 맛이라며 신당동 떡볶이를 먹습니다. 먹고 난 국물에 볶아주는 밥까지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잘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잔소리의 미안함은 사라졌습니다.
아내는 아주 오랜만에 왔다며 좋아합니다. 가끔씩 혹은 자주 왔으면 좋겠다며 즐거워합니다. 고등학생 시절이 생각난다며 행복해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저녁인데, 정작 아이들은 시큰둥합니다.
외식의 기준이 아빠와 엄마였나봅니다. 떡볶이는 배달시켜먹는 게 제일 맛있다며 자기들끼리 속닥거립니다. 신당동은 엄마 아빠 두 분만 다니시랍니다.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미안해 한 아빠의 마음은 미안함이 짜증으로 변했습니다. 휴~ 이쉑끼들을..... 그냥...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