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자본주의 아이들로 만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훈육에서 말하는 당근과 채찍을 활용했습니다. 잘한 일은 감동받을 정도로 칭찬을 했습니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부모가 이렇게 까지 기뻐하는구나를 각인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잘못한 일에는 단호하게 벌을 내렸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게 되면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오고 부모가 슬퍼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함입니다.
아이들이 저학년일 때는 유희왕 카드를 활용했습니다. 아이들이 해야 할 일들과 지켜야 할 약속에 성실하게 지킬 때마다 조금씩 유희와 카드를 사줬습니다. 그 당시 아이들에게는 유희와 카드가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희왕 카드는 집안의 애물단지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습니다. 집안을 뒤져서 유희왕 카드를 모았습니다. 형과 함께 가지고 놀던 유희왕 카드가 2박스나 되었습니다. 당근과 같은 중고사이트가 있었다면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분량입니다. 친하게 지내는 동생집에 물려줬습니다.
조금 커서는 공룡과 캐릭터로 구성된 고무딱지를 활용했습니다. 매일 정해진 숙제와 문제집을 풀 때마다 고무딱지를 사주었습니다. 아이들은 고무딱지를 사기 위해 문제를 풀었습니다. 때로는 건성으로, 때로는 대충대충 풀기도 했지만 노력이 가상해서 사주었습니다. 고무딱지는 유희왕 카드처럼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고학년이 되면서 훈육에 필요한 당근은 용돈으로 바뀌었습니다. 매주 받는 용돈에 더해서 문제집 한 권씩을 끝낼 때마다 1만 원씩을 보너스로 주었습니다. 이번에는 대충 풀거나 무성의하게 푼 문제 개수마다 500원씩을 차감하는 페널티 제도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훈육은 주로 방학 때 실시했습니다. 지난 학기의 부족한 과목에 집중에서 문제 풀기를 시켰습니다. 아이들은 귀찮아했지만, 대부분 억지로라도 문제집을 끝까지 풀었습니다.
자녀양육에서 강조하는 당근의 효과를 제법 잘 활용하며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생겼습니다. 아이들은 보상이 없으면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보너스와 보상이 시시하거나 관심이 없으면 열심히 하지도 않습니다. 보상의 규모를 끝이 없는 아이들의 요구에 맞추기에도 무리입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아이들이 평소 바꿔달라던 아이폰을 걸었습니다. 우리 집 경제사정을 고려해서 특 A 중고 아이폰으로 바꿔주겠다고 말했습니다. 큰 아들은 기존의 약정이 이미 끝난 상태였고, 작은 아들은 9월에 약정이 끝이 나기에 이참에 바꿔줄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이들은 중고라도 괜찮다며 의욕적입니다. 엄마가 사 준 문제집을 밤새워 풀기 시작합니다. 빨리 끝내고 휴대폰을 바꾸고 싶다며 새벽까지 문제풀이를 하기 시작합니다. 작은 아들도 신이 났습니다. 형처럼 밤늦게까지 문제풀이는 하지 않지만 친구들과 놀던 시간을 줄여가며 문제집을 풀기 시작합니다.
개학 일주일을 남기고 아이들은 문제집을 모두 끝냈습니다. 중간중간 무성의한 문제풀이가 자주 보이기는 하지만, 수고와 노력이 가상해서 중고 아이폰을 주문해서 바꿔주었습니다.
중고 아이폰은 새것과 다름없는 최상의 상태입니다. 요금은 알뜰요금제에 가입했습니다. 아이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요금보다 더 저렴해서 다행입니다. 아이들에게 휴대폰 사용시간을 더욱 강조합니다. 아이폰은 휴대폰 사용시간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음을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아이폰을 가진 아이들은 요즘 행복합니다. 비록 최신형이 아닌 중고폰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기뻐합니다. 덕분에 집안 분위기는 매일매일이 유쾌합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집안일을 나서서 거들기까지 합니다. 심부름과 부탁할 일은 언제든지 말씀만 하시라며 싱글벙글한 얼굴로 호들갑을 떠어댑니다. 아이폰의 효과가 크긴 큽니다.
어제 아이들은 개학을 했습니다. 집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2학기를 시작했습니다. 새 학기를 준비하며 아내와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큰 아들의 부족한 과목과 작은 아들의 주도적인 학습습관을 키우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나름 알아서 잘해주는 큰 아들에게는 선행을 위한 문제집을 사기로 했고, 자기 주도가 부족한 작은 아들에게는 1학기 과목 중에서 부족한 과목을 복습하는 문제풀이를 시키기로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키워도 되는지도 의문입니다. 아내의 냉소적인 말처럼 '자본주의 아이들'로 만들고 있다는 죄책감도 듭니다. 훈육에서 가장 어려운 말이 '적당히'란 말입니다. 적당히 야단치고, 적당히 타이르고, 격려와 칭찬도 너무 과하면 문제가 되니....
이젠 뭘로 아이들을 꼬셔야 할지 고민입니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한숨도 깊어지네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