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한그릇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평소보다 더 진하게 내린 커피와 타이레놀 한알을 함께 상켰습니다. 며칠째 욱신거리는 편두통은 결국 약을 찾게 만들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큰아들을 떠올립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날도 아침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학교 가는 길에 아들은 무심하게 아빠에게 말합니다.
"아빠! 비 냄새가 나요~"
'비 냄새?'
아이가 말한 비 냄새는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이의 생각과 사고방식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다른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진 아이는 지금 중2가 되었습니다. 아들은 피시방을 몰래 다니다 걸리면 엄마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변명하거나 둘러대는 일에 그 재능을 발휘하며 살고 있습니다.
먹는 걸 좋아하는 작은 아들은 아침을 먹으면서 점심엔 뭘 먹을지를 고민합니다. 오늘은 비가 내리는 날이니까 뭔가 특별한 점심을 먹어야 한다며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아침 식사가 끝나갈 때 즈음에, 점심에 우동을 먹고 싶다며 간괴히 부탁했습니다. 지금 먹으면서 다음에 뭘 먹고 싶다고 고민하는 아들입니다. 배부르다면서 맛있다며 끝까지 다 먹어치우고 소화제를 찾는 아들입니다.
멸치와 다시마 그리고 먹고 남은 북어로 육수를 만들었습니다. 간장으로 색을 내고 액젓으로 맛을 냈습니다. 시원함과 깊은 맛이 나라고 무와 양파 그리고 대파를 썰어 넣었습니다. 그럴듯한 맛을 만들었습니다.
우동 면을 삶아서 그릇에 담았습니다. 김치와 깍두기만 반찬으로 차렸습니다. 기호에 따라먹으라며 고춧가루도 담아냈습니다. 냉동만두 한 봉 지도 꺼내서 우동육수에 넣어서 삶았습니다.
성공적인 우동정식이 완성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우동육수에 간이 밴 짭짤한 만두까지 다 먹었습니다. 그러나 작은 아들은 우동 한 그릇에 만두 4개 그리고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서 먹었습니다. 거기에 소화제까지 먹어치웠습니다.
요즘에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해야 할 일들을 정해진 기한 내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빨리 보내줘야 할 일들은 쌓여만 가는데, 마음이 움직이질 않네요. 생각은 바쁜데, 마음은 귀찮거나 하기 싫어합니다.
오늘처럼, 하루 종일 비가 내리면 꿀꿀한 마음은 더 무거워지네요. 어두운 빗소리가 맑고 기운찬 빗소리로 바꿔지기를 기도하는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