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함이 내 삶에 찾아온 날.

주말 아침부터 진수성찬의 잔칫상을 차렸습니다.

by 주부아빠

어제 아이들 방을 정리했습니다. 옷장부터 책상까지 깔끔하게 정돈을 해 주었습니다. 옷장 칸칸마다 상하의 와 계절을 표시해서 찾기 편하게 이름표를 붙였습니다. 작은 아들은 이사 온 것처럼 깨끗하다며 좋아합니다. 무슨 일이 있냐며 왜 갑자기 집안을 깨끗하게 치우냐며 큰 아들도 묻습니다.


아침엔 새벽부터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전을 좋아하는 큰 아들을 위해서 호박전, 팽이버섯전, 가지전, 그리고 각종 야채를 섞은 야채전을 붙였습니다. 고기와 얼큰한 국, 찌개를 좋아하는 작은 아들을 위해선 냉동실에 남아있는 LA갈비로 찜을 만들었고, 묵은 김치에 참치를 넣고 짜글이 찌개를 끓였습니다.


아침 식탁에 앉은 아이들은 오늘이 무슨 날이냐며 잔치상 같다며 신기해합니다.


밥을 먹으면서, 큰 아들에게 아빠가 없을 땐 우리 가정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너라고 당부했습니다. 작은 아들에게는 아빠가 없을 땐 형이 아빠와 같은 존재임을 설명했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있는 아빠를 보면서 아무 말이 없습니다. 울음을 참고 있는 건지, 웃음을 참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입니다.


약속된 시간은 10시였지만, 9시 45분에 도착했습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자리에 앉아서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작성할 서류에 개인정보를 기록하고 몇 가지 질문에 체크했습니다. 잠시 후, 내 이름이 호명되었고, '튼튼이 방'이라고 적혀있는 초록색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오늘....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맞는 날입니다. 접종을 하는 병원은 동네에 있는 소아과 병원입니다.


1차는 AZ로 맞았습니다. 오늘 2차는 화이자를 맞습니다. 주변에서 교차접종으로 백신을 맞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내가 처음입니다. 그래서 접종 후 증상에 대해서 물어볼 사람이 없습니다.


1차 접종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습니다. 그 기억과 경험을 생각하면 아무 염려가 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백신으로 2차 접종을 하게 되어서 걱정이 많습니다.

화이자 접종 후 30분이 지났습니다. 아무런 이상 증상은 없습니다. 뻐근함과 나른함 같은 이상 징후도 없습니다. 아내에게 아무렇지도 않다고 전화로 보고했습니다.


불확실함은 사람을 숭고(?)하게 만듭니다. 백신의 부작용이 나에게도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에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백신 접종 이후의 사건사고가 어떤 이유 때문인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사고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불확실함 때문에 잠시 주변을 정리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멀리 떠나는 사람처럼 가족을 맡기기도 했고, 아빠의 부재 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까지도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에 아이들의 방을 정리했고, 밤새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아빠의 설레발 덕분에 아이들은 주말 아침부터 진수성찬의 잔칫상을 받았습니다. 점심에는 먹고 남은 음식에 잡채를 만들어서 진짜 잔칫상을 준비하려 합니다. 집에 들어가면 아빠를 어이없이 쳐다볼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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