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기분 좋은 봄 햇살이 내일도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옷 정리하는 일은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이번 주는 겨울옷을 봄 옷으로 바꿔놓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주 입던 겨울 점퍼는 세탁기 혹은 세탁소로 보냈습니다. 스웨터와 겨울 바지는 잘 개켜서 옷장과 수납상자에 담아 넣었습니다. 겨우내 담겨있던 봄옷들은 하나하나 빼내어 다림질을 해서 옷장에 걸어두었습니다. 세탁기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다림질을 기다리는 옷들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큰 아들은 사이즈는 맞는데 더 이상 입지 않을 옷들을 따로 추려서 거실에 내놓았습니다. 옷들은 멀쩡하고 낡은 곳이라 곤 찾을 수도 없는 깨끗한 옷들입니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초등 같은 디자인 같거나 동생들처럼 보인다는 이유가 전부였습니다.... 나.. 원.. 참!
사춘기의 지랄은 이해하지만, 이런 이유로 입던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사달라는 아들의 태도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몇 번의 설명과 설득을 시도했지만, 아들은 완고하게 거절했습니다.
내놓은 옷들을 펼쳐보니, 내 맘에 쏙 드는 옷들이 눈에 띕니다. 평소 늙음을 거부하려는 내 철학이 청소년을 위한 패션과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거울 앞에서 아들의 옷을 입어보았습니다. 스키니 청바지는 한 호흡만 들이마시면 입을 만합니다. 티셔츠와 멋진 봄 점퍼도 나름의 멋스러움이 보였습니다. 결국, 아들의 옷을 골라서 내 옷장에 넣어두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아들은 내 운동복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급할 땐 아빠의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등교하기도 합니다. 나도 가끔씩 아들의 티셔츠를 몰래 입곤 합니다. 미팅이나 회의에 참석할 때면, 노트북과 서류를 아들 배낭가방에 넣어서 들고나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들은 어느새 아빠의 체격과 체형처럼 부쩍 자랐습니다.
아빠의 옷장을 정리하다 보니, 아빠의 옷보다는 아들의 옷이 점점 늘어갑니다. 처음에는 운동복 몇 벌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청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점퍼까지 다양하게 아들의 옷을 물려 입고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 과한 젊은 패션은 아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들의 옷이 편안합니다.
아들은 아빠의 옷을 , 아빠는 아들의 옷을 함께 입으니 묘한 동질감 같은 감정이 생깁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부자지간임을 세상 사람들이 다 알 텐데도 말입니다. 아들의 옷에는 아직도 아기 피부 냄새가 미세하게 배어있습니다. 향기 좋은 좀약일 수도 있고, 새로 산 섬유 세정제 냄새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서만 맡을 수 있는 편안한 냄새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 냄새 때문에 아들 옷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오후 약속에 입을 옷은 아들의 옷입니다. 아들의 스키니 청바지를 입고, 내 셔츠 위에 아들의 티셔츠를 입고 나갈 예정입니다. 꽉 끼는 허리를 위해 점심은 굶어야겠습니다.
오늘처럼 기분 좋은 봄 햇살이 내일도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아이들 이불과 침대커버를 얇은 것으로 갈아 줄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