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대파 시점...

이런 삶의 모습이 청승맞음인지, 지혜로운 삶의 모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by 주부아빠

대파 값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파 값은 비쌉니다. 지난 주말 우리 동네 마트에서는 7천 원이 조금 모자란 금액에 파가 팔리고 있습니다. 진열된 대파 앞에서 한 참을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왔습니다. 값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7천 원에 파 한 단은 나에겐 사치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음식에서 파의 역할은 꼭... 은 아니지만, 없으면 왠지 허전하고 불안한 캐릭터입니다. 국물이나 육수를 만들 때는 파를 찾게 됩니다. 그러나, 밑반찬이나 다른 음식에서는 초록빛의 데코레이션으로만 사용될 뿐입니다. 없으면 패스하고 있으면 넣고 와 같은 채소이지만, 냉장고에서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답답합니다.


나는 대파를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한두 단씩 사다가 깨끗이 씻어서 초록색 잎사귀와 흰색 뿌리 부분을 분리합니다. 초록빛 잎사귀 쪽은 잘게 썰어서 음식의 마지막 순서에 비주얼 담당으로 사용하고, 흰색 뿌리 쪽은 주로 국물을 내거나 육수를 만들 때 양파와 함께 사용합니다. 이렇게 구분한 대파는 요리에 넣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냉장고에 보관 후 사용합니다.


대파가 없으니, 요리의 종류도 신경 쓰입니다. 진하고 깊은 국물을 내는 음식은 대파 대신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만드는 음식으로 바꿔서 만듭니다. 대파로 반찬의 색을 내야 할 때면, 냉장고에 남아있는 야채들 중에서 초록색 부분을 떼어내 장식합니다.


대파 대신에 가장 많이 사용한 채소는 청경채입니다. 청경채의 초록색 잎은 국에 넣어도 숨이 살아있을 정도로 단단하고 오래갑니다. 반찬 위에 초록빛 장식으로도 대파처럼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유튜브에서는 집에서 채소 키우기가 유행입니다. 게으르고 불성실한 제 성격과 맞지 않아서 관심 없이 지나쳤는데, 최근엔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당근을 심기로 했습니다.


음식을 만들고 버린 당근 뿌리를 물에 젖은 키친타월에 담아 두고 매일 물을 갈아주었습니다. 물에 젖은 휴지 위에서 당근은 싹을 틔웠습니다. 자라나기 시작하는 당근을 보니, 더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기 시작합니다. 어느 정도 새싹이 올라온 당근은 자그마한 화분을 만들어서 옮겨 심었습니다. 지금은 여기서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콩나물도 키워볼 생각을 해 보았으나, 당근 하나만 잘 키워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요즘 제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비싼 대파를 포기하고 값싼 청경채로 음식을 만듭니다. 유튜브를 보면서 당근도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삶의 모습이 청승맞음인지, 지혜로운 삶의 모습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빨래하기 좋은 햇살입니다. 오늘따라 커피 맛이 더 쓰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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