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엄마의 요리는 우연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벌을 받는 걸까요?

by 주부아빠

오랜만에 아이들과 사우나를 다녀왔습니다. 외모에 예민해진 큰 아이가 솜털 같은 코 수염을 면도기로 깎습니다. 때수건에 비누거품을 만들어 아빠 등을 밀어주는 작은 아들의 손바닥도 예전에 느꼈던 유아스런 어린아이의 감촉이 사라졌습니다. 아이들끼리 찬물에서 장난을 쳐도 다칠까 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좋아하는 건식 사우나에서 마음껏 땀을 뺄 수 있어서 편안하게 즐겼습니다.


사우나 탈의실에 매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매점에서 판매하는 구운 달걀을 좋아합니다. 사우나를 가는 목적이 깨끗하게 씻으려는 것인지, 매점에서 군것질을 하려고 가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아이들의 군것질 습관을 잘 알고 있는 엄마는 집을 나서는 남자들을 불러놓고 군것질은 절대 안 된다고 강하게 당부했습니다.


사우나에서 엄마의 당부가 생각났을 때는 이미 달걀의 껍질이 모두 벗겨진 뒤였습니다. 내 달걀을 구매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이왕 이렇게 먹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음료수까지 주문했습니다. 탄산의 유해함을 피하기 위해서 콜라대신에 부드러운 탄산이 들어있는 추억의 암 바샤~로 주문했습니다.


엄마가 알지 못하도록 모든 계산은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했습니다. 아이들과 엄마에겐 절대로 말하지 말자며 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당부했습니다. 이젠 아이들도 말하지 않아도 남자들끼리의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집안일을 하고 있는 아빠가 어떤지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집에만 있는 아빠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궁금했고, 출근하지 않는 아빠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염려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무조건 좋다고 합니다. 아빠랑 하루 종일 함께 지내며 그동안 잘하지 못했던 것들을 함께 할 수 있는 지금도 좋다고 설명합니다. 아이들은 다 채워지지 않은 아빠와의 시간을 이제부터라도 채워보려는 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니면..... 엄마가 하지 말라는 것들을 아빠와 비밀스럽게 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말리지 못한 젖은 머릿결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몸은 차가워졌지만, 마음은 따뜻해졌습니다.


남자들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서 엄마가 저녁을 준비합니다. 엄마가 오랜만에 앞치마까지 둘렀습니다. 그리곤 남자 셋을 향해 웃으며 말합니다.


"오늘은 냉장고에 쌓여있던 달걀로 솜씨를 발휘했습니다!. 달걀찜과 집에서 만든 구운 달걀입니다.~"


엄마는 집에서도 사우나를 볼 수 있는 천리안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엄마의 요리는 우연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벌을 받고 있는 걸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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