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하나 둘 졸업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난 전 대학 동기가
졸업전시회를 한다고 한다.
잠깐만, 그러니까 네가 내년이면 졸업을 한다고?
휴가를 나와 친한 여사친을 만났다. 스무 살 때 같은 대학을 다니며 친해졌었는데, 입대한 이후로 1년 만이었다. 맛있는 수제버거를 먹으며, 넌 요즘 뭘 하냐고 물었더니 졸업전시회를 준비해서 바쁘다고 한다. 잠깐만, 그러니까 네가 내년에 졸업을 한다고? 나는 내년에 2학년을 복학하는데? 그러자 실실 웃으며 하는 답변. '우리 벌써 스물넷이야'.
격세지감이랄까. 삼수하고 군대에 있다 보니 나이에 대한 감각을 잊고 있었다. 정확히는 잊고 사는 게 편해서 생각을 안 하고 살았다. 그런데 세보니 정말로 스물 중반이네. 생각해보니 친구들이 하나 둘,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누구는 대학원을 갔고, 누구는 선생님이, 누구는 장교가 되었더라. 나는 남들보다는 조금 느리고 다른 방향을 가고 있지만, 대부분이 대학을 졸업하고 예비 사회인이 되었다.
스물의 나에겐 세상이 대학생, 재수생으로 이분법으로 나뉘었었다. 학벌이 정말 절대적으로 큰 줄 알았고 원하는 학과에 못 가면 꿈을 못 이루는 줄 알았다. 그래서 삼수를 했고, 합격했지만 과정에서 깊은 걸 느꼈다. 세상은 이분법이 아닌 이중적이었다. 학벌은 중요하나 종이 한 쪼가리였고, 인생은 노력하면 되지만 운빨 x망겜이라는 걸. 그리고 이것이 소위 '어른들의 세계'의 아주 조금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언젠가 다가올 '사회'라는 곳이 무섭다. 아직 난 나를 지키기에도 벅찬데, 어리광을 부릴 수 없으니. 그래서 가끔은 밥걱정, 집 걱정은 안 하는 군대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한다(물론 가끔). 그저 아무 생각 없던 스물 초반의 패기와 도전이 그리울 뿐. 하지만 변해야지. OT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술 게임했던 우리가, 오늘 수제버거를 먹고 조용한 카페를 찾는 것처럼
그래서 스물 넷이라는 나이가 참 묘한 나이다. 어른이라기엔 부족한데, 어리기에는 많은 나이. 어른이 되기 싫지만, 세상은 어른이되라고 강요하는 나이. 스물 초반의 친구들을 보며 젊어서 부러운데, 스물 후반 형누나들에게는 아직 창창하다고 응원받는 나이.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 걸 알면서도, 이 숫자에 흔들리는 시기. 아무리 시대가 흘렀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어떻게 내 나이에 결혼을 하셨을까.
헤어지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년부터 너는 직장인이고, 나는 대학생이라 우리도 모르는 시차(時差)가 생기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멀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각자 사정이 있으니까 멀어짐을 덤덤히 이해하며 각자 갈길을 가지 않을까.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지켜나가며,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는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운 길을 홀로 이겨내는 고독함 마저 포용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이런 고민 하다가 일 년이 지나 스물 다섯 새해에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들으며 '우리가 벌써 반 오십이야' 타령하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속도와 방향을 가지고 각자의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