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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 Apr 17. 2019

프롤로그

젊음의 궁상



하루에 많게는 두세 장씩 밤을 새워 그림을 그려가며
그 안에 내 이야기를 흠뻑 담아 내도
마음속에 자리 잡은 답답함이 해소되지 않을 때가 있어

그 못다 한 나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일은
마치 그림을 가장 처음 배우던 어린 내가 느꼈던 감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었어.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타인에게 전달하는 내 이야기가
너무 단조로운 식상함과 결핍, 너무 파고들어 부담과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그 선을 유지하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웠어.

힘든 시간을 버티는 건 결국에는 나 자신이라지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기다림으로 버틸 수 있는 것처럼
이상하리만큼 출간이라는 것에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부족하고
수없이 넘어져 일어설 엄두를 못 내던 내게 손을 내밀어준
좋은 사람들 덕분에 나는 이 글을 계속 쓸 수 있었어.

이 책을 준비하는 동안 정말 너무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두근거림이 있었어
매주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서로의 글을 듣고 조언하며 공부하고 발전하는 시간은
학창 시절 학교에 가는 기분만큼 신이 났어.

바스락 거리다 부서져 버려 아무 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말라있던
내 가슴속이 다시 촉촉한 감성으로 물들 수 있게 해 준 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해.
때론 짧은 시간 동안 만난 사람들의 웃음이 긴 시간을 뛰어넘는 위로를 줄 때가 있어.

써 놓았던 모든 글을 버리고 모니터의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을 때
나는 많은 것들을 걸러내고 버려야 했지만, 어쩌면 그래서 불필요한 수식어들을 걷어낸
온전한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만 남은 것 같아서 기뻐.

지금도 담백한 분위기의 색감과 일상 속 따뜻함을 간직한 일본 영화들과 소설들을 좋아하는 나는
누군가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 이야기를 엿보며 공감하고 위로를 얻곤 해
기분 좋은 긴장감과 설렘으로 손가락 끝에서 정리해본 나의 첫 이야기들 중 하나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좋은 기분을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어.

2019년 01월 02일. 일러스트레이터 최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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