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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 Apr 17. 2019

결혼식장에서

젊음의 궁상




사람 많은걸 싫어해.

부끄럽게 살지 않았는데 부끄러워.

사람들이 나를 뜯어보는 것 같아서 부담돼.


그래서 오늘은 제일 아끼는 슈트를 입었어

커프스는 하지 않았지만 타이 모양도 유독 신경 쓰고

오랜만에 병장 시절로 돌아가 구두에 생명을 넣었어.

오늘만큼은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보이려고


너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했고

열심히 사진도 찍었어. 서있을 때도 숨을 쉴 때도

자세를 신경 썼어.


길게 느껴지지 않았는데도 끝나갈 때가 되어서는

어찌나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일이 있다는 변명으로

밥은 먹고 가라는 말들을 뿌리치며 밖으로 나왔어.

나도 모르게 숨이 막혔어.


우리의 결혼도 아닌,

네 가족의 결혼식에서 조차 이런데,

나는 누구보다 자신 있게 열심히 살았는데

이상하게 작아진 오늘 지하철 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마음이 복잡해졌어.


내가 생각하는 성공을 이루었을 땐

지금 느끼는 숨 막힘이 사라질까 라는 물음에

난 답하지 못한 채 내 목을 죄고 있던 타이를

신경질적으로 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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