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s Apr 25. 2019

내성

젊음의 궁상

클러스터 헤드에이크, 군발성 두통의 증상은 뒷목부터 시작해서
한쪽 머리와 눈까지 엄청난 통증이 찾아오는데
보통은 잠을 자던 중에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짧게는 십분 길게는
삼사십 분간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정점을 찍은 후에 거짓말처럼 사라져.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호흡곤란이 같이 오면서 양 손으로 통증이 있는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러도 결국엔 통증이 저절로
사라질 때 까지는 아무런 방법이 없어.

내가 이 두통을 처음 겪은 건 중학생 시절이었는데, 그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처음엔 머리에 이상이 있는 걸 걱정해서 이것저것 검사란 검사는
다 해봤어. 그러다 나중에는 자세에서 오는 근육 긴장성 두통의 종류로
알고 있었는데 결국엔 원인이 없는 편두통의 일종이라서 평생 직업병으로
달고 살아야 할 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사람의 적응 능력이라는 것이 참 대단해서
저렇게 고통스러운 걸 매번 겪을 때마다 한쪽 눈에서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도
십 분만 더, 오분만 더, 이러면서 버티게 되더라고 결국 사라질 것을 아니까.

반대로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약간의 전조증상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마음의 준비도 하고,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것에 대한 평정심 유지랄까.

그래서 내가 살아온 시간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
잘 살아가면서 마음 한쪽 구석에는 상처 입고 실패했을 때를 위한
최소한의 완충장치를 준비해 두고는 고통의 시간이 찾아왔을 때
아, 왔구나- 하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되
하루만 더, 이번 달만 더 하며 버텨온 시간과 말이야.

고통에 내성이 생긴 것이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솔직한 감정에는 내성이 생기지 않기 위해
최대한 많은 감정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며 살아온 것 같아.

매거진의 이전글 조심하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