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s Apr 25. 2019

조심하는 일

젊음의 궁상

누군가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아마도 누군가가 내게 피해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일 거야

열거하면 끝도 없겠지만, 외부에 있을 때의 나란 사람은 큰 덩치만
숨기지 못할 뿐이지 없는 것처럼 행동하려 해.

동성애자라는 오해를 받을 만큼 무릎을 모으고 앉아있고
어깨는 최대한 움츠려서 걸어
문은 항상 당겨서 여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렇게만 써 놓으니 강박증 환자 같아 보여서 무척 멋이 없지만

남의 시선도 많이 의식하고, 감투를 쓰는 것도 좋아하는 성격의 난
내가 정말로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 실행함과 동시에
응근한 자기만족을 즐기고 있는 거야.

예컨대 건물 입구로 들어서며 어렴풋이 시야에 뒤따라오는 사람이 보이면
문을 열고 들어가며 시선은 앞쪽에 고정한 채로 팔을 뒤로 뻗어
열린 문을 잡아주는 매너랄지.

그러니까 뒤를 돌아보지 않고 팔만 뻗는 것이 포인트인 거야. 크.
따라오던 분이 남자건 여자건 나이가 많건 적 건간에
문을 잡아주는 나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동시에
팔에 뿌려놓은 향수 냄새까지 맡으며 ' 아 멋진 남자다.'라고 생각하겠지.라는 헛 상상을 하면서 저런 걸 해. 내가.
근데 안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
흔히 말하는 매너라는 것이 꼭 멋진 척 있어 보이는 척이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걸 남에게도 하지 않는 것 이잖아.

타인과 나 사이에 허용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거리를 지켜주는 것
그 선을 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실은 외출할 때마다 스트레스야.

응, 오늘도 새로 산 신발을 밟은 그 아저씨를 결국 죽일 듯 노려보고 말았어.
매너 있는 남자인척은 조금 할지 몰라도 대인배가 되려면 한참 먼 것 같아.

매거진의 이전글 술에 관한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