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궁상
새로운 해를 하루 앞둔 오늘
나는 굽은 등으로 책상에 앉아있어.
마른기침소리와 함께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섞여서
생각보다 경쾌한 리듬감을 만들어 내는데도
내 기분은 그리 경쾌하지만은 않아.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어느 날부터
새벽 두 시와 세시 사이의 책상 앞의 나는 늘
무언가와 사투를 버리고 있었어.
사투라는 표현보다 내 눈이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시야각만을
열어놓은 채 쓸데없는 감정은 모두 머리 뒤로 넘겨버리고
그 시야 안에 담겨있는 것에만 오롯이 집중했다 라는 표현이 맞을 거야.
그래서 그것이 표면적으로는 그저 마감일에 맞추어 끝내야 하는 일이건
혹은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아 당장 완성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길만한
새로운 그림 이건 간에 나는 그 속에 얼굴을 파묻고 모든 것에서 도피했어.
그런데 오늘은,
그렇게 한참을 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야 하는 새벽 2시 44분의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렇게 쌓아온 시간들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어.
차곡차곡 그려낸 그림만큼 쌓인 그 시간이,
타닥타닥 한 글자 한 문장씩 써 내려가는 이 글들이
제발 내가 바라는 곳으로 이번에는 나를 꼭 데려가 줬으면 하는
간절함이 가득해서 집중할 수가 없었어.
새로운 해를 하루 앞둔 오늘
나는 굽은 등으로 책상에 앉아서 두려워하고 있어.
군대 훈련소보다 수백 배 힘들게 느껴졌던 지난 3년의
삼재가 끝나는 마지막 날.
나는 바보같이 그렇게나 기다리던 새로운 1년을 앞에 두고
오히려 너무 열심히 견디고 버텨낸 나의 지난 시간들에
대한 보상이 없을까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