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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재 Jul 08. 2024

퇴사 후 프랑스에 갔다 - 2. 파리 책방과 미술관

6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한 이후 프랑스에 3주간 머물렀다. 구체적으로 지내되 촉박하게는 지내지 말자는 생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하는 한 남자

    파리 이튿날 첫 번째 목적지는 책방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였습니다. 구글맵에 쳐보니 숙소에서 걸어서 1시간 20분. 걸을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간에 카페도 들르고, 멈춰 서서 사진도 찍고 하다 보니 실제로도 걸을만했습니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봉쥬"하고 외치는 것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극복해 가는 시간도 됐습니다.


    센강을 따라 걸었습니다. 아기자기한 다리들이 각각의 매력을 갖추고 있어 지루하지 않은 산책길이었습니다. 둑 아래로 내려가 걸으면 다리 밑을 지나게 되는데, 홈리스들의 텐트가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불쾌한 냄새가 나서 숨을 꾹 참고 지나갑니다. 심심할라 치면 러닝족도 마주칩니다. 이들은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사람이 계속 지나가니 위험하다는 느낌도 덜합니다. 정박해 있는 보트 갑판에는 소박한 테라스가 조성돼 있습니다. 이 작은 공간 또한 개성 있는 화분과 함께 각각의 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빈티지 서적과 포스터 등을 판매하는 가판대입니다.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지금 다시 보니 책을 좀 더 사 올 걸 그랬습니다. 

    2019년 화재로 많은 부분이 불타버린 노트르담 대성당은 복원 공사 중이었습니다. 방화를 입증할 증거는 없어 부주의에 의한 화재로 결론이 났었죠. 완공은 올해 12월로 예상된다는 기사가 있네요. 내년에는 온전한 대성당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걸까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미적미적 2시간을 걸은 끝에 책방에 도착했습니다. 내부는 사진 촬영 금지입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이 책방을 비롯해 파리의 많은 공간이 '애완동물 환영' 표시가 붙어 있었습니다. 애견인과 흡연인이 가장 행복해할 도시가 바로 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방에 줄을 서서 들어가다니,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오래 기다린 건 아니었고, 몇 분 만에 금방 들어갔습니다. 섹션 별로 나뉘어 있고 세컨드 핸드 북도 있습니다. 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손으로 쓰고 그린 책을 한 권 샀습니다. 그림책도 아닌 동화책을 전부 수기로 쓴 것이 신기했고 삽화도 눈에 띄어 안 살 수가 없었달까요.

"애완견 환영"

    최근 '영원의 건축'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영원히 지속되는 건물이나 공간에는 하나의 단어로는 표현 할길 없는 무명의 특성이 있다는 얘길 하고 있습니다. 작가에 따르면 그 무명의 특성을 가진 건물을 바라볼 땐 '씁쓸함'이 느껴지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이 책방을 보며 그런 감정을 느낄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어서 다시 센강을 건너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모네의 '수련'을 보러 가기 위해섭니다. 많은 관광객이 오랑주리 미술관을 찾습니다. 루브르와 오르세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수련'이 있기 때문이죠. 

    미술관으로 향하던 중, 열일하는 정원사들도 만났습니다. 파리의 길거리를 걷다 보면 이곳 시민들은 모두가 정원사인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개인 정원들을 보게 됩니다. 테라스에 놓인 화분조차 남다른 취향이 느껴지죠. 꽃과 풀이 어느 하나 과하지 않게 심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원 중심에 자리한 분수 주위로는 편안한 테라스 의자가 늘어져 있습니다. 한없이 앉아있어도 뭐라 할 사람 없는 파리만의 독특한 분위기입니다. 가만히 앉아 햇볕을 쬐다가, 맞은편에 앉은 사람을 훔쳐보며 스케치도 해보고, 지금의 감정을 적어보기도 합니다. 쉼에 푹 빠져들었다가 배가 고파 오면 정원 옆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시켜 먹습니다. 든든한 마음으로 오랑주리에 도착했습니다.


    


마리 로랑생의 작품

    물론 오랑주리 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 말고도 아름다운 작품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가는 작가는 마리 로랑생입니다.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작가 앙리 마티스, 앙리 루소 등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독일 작가 볼프강 라이프와 미국 작가 로버트 라이먼의 전시도 있었는데 각각 올해 7월 8일, 6월 8일까지였다고 하네요. 기획 전시 기간을 알아보고 여행을 잡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친김에 퐁피두센터도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같은 날 가기엔 좀 피곤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지만 혼자 다니니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어 오히려 체력이 남는 느낌이었습니다. 퐁피두센터에는 현대미술 위주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 그리 흥미가 가지 않은 탓도 있었습니다. '가보기나 해 볼까?' 정도의 마음으로 갔고, 가볍게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설치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퐁피두센터에 전시된 작품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보트 위 정원을 감상하며 걸었습니다. 맛없는 닭고기 요리로 저녁을 때우기는 했지만 파리의 멋만으로도 포만감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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