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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리아 Jan 27. 2022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천국이 있다면)

   해마다 휴가 기간이나 명절 때, 애완동물이 많이 버려진다. 버릴 타이밍을 찾고 있었거나, 놀러 가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연간 수만 마리가 버려진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십 마리가 길을 헤맨다. 요즘같이 추운 날에도 유기되는 동물들이 있을 것이다. 세상을 잃은 그 아이들은 어떤 심정일까? 버려졌다는 것을 알까?        


 통키는(치와와) 9년 전에 유기견 센터에서 만났다. 통키를 설명 한 부분에 ‘성질이 까칠하다’ 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입양이 한참 동안 안되었다. 그전에 키우던 강아지가 치와와여서, 같은 종인 통키에게 끌렸다. 유기견 센터에서 통키를 받아온 날 알게 되었다. 성질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통키는 나 이외의 사람을 싫어한다. 9년 동안 같이 산 아내가 지금까지 통키를 만지지 못한다. 나와 아내가 물린 적이 있고, 심지어 아들이 걸음마를 할 때, 통키를 만지려다 손을 물린 적도 있다. (지금 아들은 통키와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며 잘 지낸다.) 통키를 사랑으로 9년 동안 키웠지만, 이 성격적인 부분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성격이 예민해서인지 1년 전부터 심장이 안 좋아 약을 먹고 있다. 고혈압 약처럼 하루에 두 번을 꼬박꼬박 먹어야 한다. 약값으로 매달 2~30만 원이 나간다. 병원에서 가끔 예후를 위해서 엑스레이나 초음파 검사도 한다. 그것도 몇십만 원이다.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비용을 낸다. 내가 돈이 많아서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 내가 비염으로 고생을 하다, 비염에 좋다는 유산균을 사 먹었다. 효과가 좋았다. 하루에 한 포씩 한 달용 30포가 6만3천 원이었다. 한 달 치를 먹고 재구매를 하려다 가격이 비싸서 주문하지 않았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이 상황을 이해할 것이다. 나한테는 인색해도 키우는 동물에겐 그러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애견인들이 강아지를 반려견이라고 하면서 스스로를 견주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모순을 지적한 글을 보았다. ‘반려자’처럼 동등한 위치의 수평적인 관계와 ‘견주’라고 하는 수직적인 관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 글에서는 반려견이라고 부르는 시대인 만큼 종의 우위를 나누지 말고 대우하자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맞는 말이고 어떤 의미로 이야기 한 줄도 안다. 그런데 나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할 때, 통키 아빠라고 한다. 어떤 때는 통키 견주인데요, 라고도 한다. 반려자와는 헤어질 수 있다. 그래도 각자의 삶에 큰 지장은 없다. 통키는 내가 없으면 살 수 없다. 통키는 영원히 보호가 필요한 아기다. 이별로 정리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통키가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통키의 삶은 나의 책임이다. 나는 통키의 아빠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누군가에게 신이 되는 경우가 있다면 그건 동물과 아이를 키울 때가 아닐까? 내 생각과 행동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달라지는 삶.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아무리 애완견이라고 해도 절대 가볍지 않다. 그런데 이런 관계가 너무 쉽게 맺어진다. 누군가의 삶을 책임진다는 것은 무척이나 신중해야 한다. ‘무소유’에서 법정스님도 난초와 맺은 관계에서 너무 애지중지하는 자신을 보고 결국 난초를 다른 이에게 맡기고 버리는 삶을 말씀하셨다.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하는 자기 모습에서 집착을 본 것이다. 이런 식물과의 관계에서도 부족한 것이 없을까 노심초사하는데, 부모와 자식으로 관계를 맺었으면서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워낙 많은 사건 사고를 접하지만, 아직도 2년 전에 세상을 떠난 정인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특히 어린이집에서 양부가 왔다고 손을 뻗으며 안기러 가는 장면은 두고두고 먹먹했다.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아이는 없다. 아이는 늘 부모를 용서한다. 사람이 친 덫에 걸려 죽기 직전까지 간 유기견도 사람을 보고 드러낸 건 분노나 이빨이 아니라 살랑거리는 꼬리였다.      


만약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동물과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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