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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육일칠 Jul 09. 2024

롯데월드 안전청결 캐스트가 썰매장까지 운영하는 이유

롯데월드 전청결에서 일하며 썰매장까지 맡게 될 줄은 몰. 전청결 캐스트가 맡게 된 스노우 가든 수십 개의 직사각형 얼음 덩어리를 한 데 붙여 평평한 얼음판 위에서 손님들이 썰매를 탈 수 있는 겨울 시즌 한정 이벤트이다.

안전청결 캐스트가 썰매장의 빙질을 점검하고 있다. 점검을 핑계로 얼음에서 미끄러지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 같기도 하다

스노우 가든은 어트랙션 근무 경험이 없는 캐스트도 근무 가능할 정도로 운영 방식이 간단. 때문에 어트랙션 근무를 잘하고 있는 캐스트에게 이를 맡기기보다는, 안전청결 캐스트를 조금만 교육시켜 근무에 투입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롯데월드 측에서 판단했으리라 예상한다. 어트랙션 근무자의 인원 부족, 한 달 정도의 짧은 운영 기간도 이유일 것이다. 안전과 청결만 책임 캐스트의 근무 형태는
썰매장지 더해져 복잡해졌다.


롯데월드에서 일어나는 일에 광범위하게 관여하는 안전청결 캐스트라지만, 업무 범위에서 벗어나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하는 건 무력하다. 청소하고 안전 지키러 들어왔는데 차 운전하기, 썰매장 운영하기, 벌집 제거하기 등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자신의 흥미를 발견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장점 또한 있다. 안전이나 청결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 캐스트가 된 게 아니다 보니 업무에 진지하게 임하는 경우는 드물어도, 캐스트마다 겪은 다양한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 가능하다. 이에서 더 나아간 예로, 롯데월드를 배경으로 수상한 액체가 유포된다는 설정을 한 영화를 직접 찍는 M 스트는 자신의 관심 분야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라는 분야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가든이 필자에게 M 캐스트와 동일한 역할을 했다. 능수능란하게 어트랙션을 다루는 캐스트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면서, 저렇게 잘하지 못할 것 같아 무력함을 느꼈다. 이 무력함은 어트랙션에서 능수능란한 근무 실력을 뽐낸다면 자연스레 사라지고 행복을 느낄 것 같았다. 언제까지 알바만 할 수 없다는 위기감 느꼈고, 어트랙션으로 부서를 이동하는 건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상황에 스노우 가든이 적절히 등장하여 니즈를 완벽히 충족시켜 주었다. 제 어트랙션의 업무 강도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어트랙션 캐스트의 입장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썰매장 근무 동안, 부모님께서 자녀의 썰매를 끌어주는 스타일이 다른 걸 관찰하는 게 즐거웠다(100cm~130cm인 아이가 스노우 가든에서 썰매를 타려면 반드시 보호자를 동반해야 했다). 어떤 분은 천천히, 어떤 분은 빠르게, 어떤 분은 앞뒤로 왔다 갔다 움직이며 역동적으로, 어떤 분은 썰매를 끄는 본인이 더 즐거워하기도 했다. 부모님마다 아이를 즐겁게 해주는 방식이 다름을 확인하며 아이를 각자의 스타일로 행복하게 해 주고 있음을 알았다. 부모님의 스타일은 아이의 스타일에 영향을 줄 것이다. 숙한 일 처리로 다른 캐스트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보다는, 능숙한 일 처리 덕에 안전하고 행복하게 스노우 가든을 즐기는 손님의 모습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 즐거워했다.


새로이 떠오르는 생각 덕에 행복했으나, 롯데월드에선 캐스트를 벗어날 수 없게 하는 늪과 같았다. '저 선임 캐스트처럼 일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열등감은 업무에 익숙해지는 순간 사라질 것이나,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아무런 준비도 필요해지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지는 순간 하루하루가 지루해지고, 계절이 바뀌어서 새로 생긴 콘텐츠나 신박한 진상 손님에 대해 동료 캐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잠깐이나마 깊이 있는 즐거움을 느끼다가, 다시 지루함을 느끼지만, 퇴사는 무섭다. 어트랙션 캐스트든 안전청결 캐스트 방황하는 20대라면 이런 일련의 과정에 하다. 롯데월드 캐스트의 역할 안에서만 머무르느라 개인의 실적인 문제는 외면하며, 인생의 즐거움을 롯데월드에서 일어나는 일에 지나치게 는 필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데월드에서 보내는 9시간을 빼고 나서는 퇴사 이후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으니까. 스노우 가든 근 이후 또한 즐거웠다는 감정 말고는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퇴사를 할 때가 되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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