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캐스트는 어쩌다 영화감독이 되었나

롯데월드 캐스트 인터뷰 - M 님

by 사육일칠

청결의 목적으로 쓰이는 청소 용액 ‘윈덱스’가,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에서 수상한 목적으로 퍼지고 있다. 단편 영화 <중독 - 제로>는 윈덱스와 동일한 색상의 파란색 액체가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에 있는 모든 부서에 퍼지는 과정을 담았다. ‘모험과 신비의 나라’ 롯데월드에서 어떻게 이런 괴담스러운(?) 콘셉트의 영화를 찍게 되었는지, 이 영화를 기획한 M 감독(캐스트)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자.


1. 롯데월드에서 영화를 찍게 된 계기가 있다면?

K 캐스트님이 롯데월드에서 일어나는 일을 영상으로 만들어 안청 놈들(@ilovingtrash) 인스타그램에 만들어서 올리고 있었고, 저도 영상을 만들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들이고 다른 부서 캐스트도 섭외해서 진짜 영화 같은 영상을 만들고픈 욕심이 있었죠. 마침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영화 촬영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2. 등장인물 중에 영화 등장을 꺼렸던 캐스트가 있었나? 있었다면 어떻게 섭외했는지.

대부분은 흔쾌히 영화에 등장하겠다고 해 주셨지만 꺼렸던 분도 계셨죠. 아마 영상에 자신의 모습이 담기면 외부로 노출될까 염려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영상은 안전청결 캐스트만 볼 수 있는 안청놈들(@ilovingtrash)에 게시할 것이며, 대사도 나오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니 감사하게도 출연에 응해 주셨습니다.


3. 너무나도 본인이 기획 중인 영화에 어울리는 배우가 영화 출연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건 제 능력 밖인 듯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본인이 동의를 하지 않는데 억지로 출연을 하게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4. 등장인물과 함께 영화를 보는 시사회를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 본인의 영화를 혼자서 보는 것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는 것은 어떻게 달랐는지?

혼자 볼 때는 아무래도 편집의 디테일을 보게 됩니다. 완성한 영상을 보면서 아쉬운 부분이 보이기도 하죠. 여기서 1초만 늦게 컷을 할걸. 이 장면에서는 배경음악의 볼륨을 좀 더 올릴걸, 같은 아쉬움 말이죠.

그에 반해, 등장인물과 함께 영화를 보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주로 신경 쓰게 됩니다.

시사회에 영상을 선보인다는 건 사실상 완성본을 가지고 나온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디테일을 굳이 따지지 않게 되죠.


4-1.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하셨는데 한계에 부딪힌 것인지?

제가 아직 영화감독이 직업이 아니고, 인원도 부족했습니다. 영화를 만들 때는 녹음 팀, 조명하는 팀, 카메라 팀 등 여러 팀이 합작을 해서 나온 영상 중 최선을 골라서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인데, <중독 - 제로> 영화 제작 때는 이 대부분의 영상 제작을 혼자서 하다 보니 좋은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5. 배경음악은 어떻게 고르셨는지?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

저는 장면을 생각하고 그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생각합니다. 일상을 지내면서도 영화 배경음악을 평소에 자주 듣죠. 영화를 보다가 ‘이 장면에서는 이런 느낌의 음악이 어울리겠다’ 싶은 음악을 유튜브로 찾습니다. 그러다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으면 출퇴근 시간에 들어요. 듣다 보면 또 노래에 어울리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이 타이밍에 이런 장면, 이런 노래가 나오면 좋겠다.. 하는 생각 말이죠. 이런 건 말하기 부끄럽지만, 가끔 슬픈 배경음악에 몰입하게 되면 혼자 노래 들으면서 영화 장면을 상상하다가 눈물을 흘릴 때도 있습니다.


6. 촬영 장비는 무엇을 사용했나?

촬영 준비는 무려… 제 휴대폰인 삼성 갤럭시 s22 울트라를 사용했고요(웃으며). 더해서 휴대폰용 짐벌도 샀습니다. 촬영 시 흔들림을 보정해 주고 언제든 화면의 수평을 맞춰 주는 장비이죠.

(인터뷰어 : 근데 그 짐벌에 오류가 있었다고?)

맞습니다. 버튼을 안 누르고 있으면 켜지지 않아요. 그래서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합니다..!

원래 버튼을 한번 누르고 떼면 알아서 작동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리고 그것 외에도 부가적인 기능이 많아요. 버튼 하나를 누르고 있어야 하다 보니 버튼 조작에 제약이 있어서 다른 부가 기능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돈 날렸죠.


6-1. 불량 짐벌을 환불하지 않고 급하게 영상을 찍었던 이유가 한시라도 빨리 창조를 하는 게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그런 건 아니었고, 아무래도 등장인물들이 다 정식 배우가 아니다 보니 각자 개인 스케줄이 있었습니다. 촬영만을 위해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웠고, 안전청결에서 퇴사를 앞두고 계셨던 분도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촬영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7. 롯데월드에서 무언가 더 전문적으로 찍기 위해 정식 허가를 받는다면 사용하고 싶은 장비는?

(신난 목소리로) 사용하고 싶은 장비 정말 많죠! 롯데월드에서 허가를 해준다면, 저는 솔직히 2시간 47분짜리 영상 만들고 싶어요. 꼭 비싼 장비를 사용하지 않더라도요. 이미 영화 구상도 머릿속에 되어 있어요. 워낙 찍고 싶다는 열망이 크다 보니까. 다만 제가 구상한 영화를 찍으려면 현실적으로 힘들기에 포기한 상태입니다. 물론 출퇴근길에 영화 배경음악을 들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언젠가 제 꿈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8. 배우들이 꼭 캐스트일 필요는 없지 않나?

그렇죠. 근데 사실 캐스트 섭외는 돈이 안 들잖아요. <중독-제로>는 배우의 대사가 거의 없기에 출중한 연기력이 필요하지 않았고, 일반 캐스트 분들로도 충분히 영화를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롯데월드에서 전문적으로 만든다면 정말 큰돈을 들여 배우를 섭외해야겠죠.


9. 그래서 윈덱스로 위장한 파란색 액체의 정체는 무엇인지? 여기서만 공개할 수 있다면?

그거 마약입니다!

(인터뷰어: 어떻게 밀수입하셨죠?)

예??(웃으며) 하하 영화 설정상 액체가 아니라 실제로 배우분들이 마신 액체 말씀하시는 건가요? 당연히 파란 색깔 게토레이죠…! 설마 제가 청소 액체나 마약을 드렸을까요. 영화 속에 보면 청소 용액(영화 설정 상 마약)을 로티가 그려진 물병에 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걸 마시게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로티 물병 2개를 사서, 하나는 청소 용액을 담고 하나는 파란색 게토레이를 넣었습니다. 혹시라도 청소 용액을 게토레이로 헷갈려서 마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같은 물병이지만 서로 다른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인터뷰어 : 사실 파란색 게토레이가 아니라 실제로 중독성 있는 액체를 넣은 것 아닌가요..?)

없습니다ㅎㅎ롯데월드는 깨끗합니다 여러분.


10.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이라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시간 역행을 소재로 한 영화죠. 저는 테넷처럼 짜임새 있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이 잘 짜여 있고, 결말에 대한 떡밥을 초반부터 계속 뿌리면서…. 어렵고 해석이 필요한 영화를 말이죠. 데넷은 한번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3번 봤고,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서 유튜브로 해석 영상도 찾아봤습니다. 지금도 처음부터 영화 줄거리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야 한다면 다시 봐야 할 정도로 어렵지만, 그만큼 재밌습니다.


11. 앞으로 찍어보고 싶은 영화 장르가 있다면?

천운이 따라서 제가 영화감독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많은 애니메이션 실사화가 실패를 했지만요. CG가 엄청 들어가더라도요.

(인터뷰어 : 어떤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고 싶은지?)

진격의 거인을 실사화하고 싶습니다. 이미 실사화한 작품이 있는데, 큰 성공은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격의 거인도 명작 애니메이션이니 꼭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12.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지?

없을 예정입니다. 이런 걸 만들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포기했다고 봐야겠죠. 영화라는 게 돈도 너무 많이 들어가기에 흥행이 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영화에 관심이 없으시면 잘 모르겠지만, 생겼다 없어지는 영화사가 정말 많습니다.

영화 제작 전에, 작가분들이 시나리오를 쓰고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서 투자자에게 설명을 합니다. 이런 식의 영화를 만들거라고요. 투자자가 승낙하면 몇 십억씩 투자를 받아서 영화를 만들겠죠? 돈이 있다고 쉽게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결코 아니죠. 날씨도 따라줘야 하고, 배우 호흡도 맞아야 하고..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다 찍으면 이제 편집을 해야겠죠. 여러 각도에서 찍은 수많은 영상을 모아서 편집을 합니다. 얼마나 많은 영상을 찍겠습니까. 우여곡절을 거쳐서 영화를 냈는데 흥행이 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고스란히 빚이 생깁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현재는 잠시 꿈을 접어둔 상태예요.


13. 제 집에도 로티 물병이 있는데, 앞으로 로티 물병을 쓸 때마다 감독님의 영화에 나온 장면이 떠올라서 섬찟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앞으로도 영화를 만드시게 된다면, 영화에 나온 소재를 떠올리며 일상의 변주를 느끼는 경험을 다시 한번 느껴봤으면 좋겠다.

이런 분이 계시기에 감독이 행복한 겁니다. 제가 만든 작품에 쓰인 소재가, 관객의 삶에도 어느 정도 스며들어 영향을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독으로서는 행복하죠. 인터뷰어님처럼 제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을 앞으로 계속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영화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약 나중에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저는 영화 쪽으로 무조건 진로를 잡을 겁니다. 제 꿈이니까요. 나중에 혹시 모르죠.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제 이름이 나올지. 김명주 감독 작품. 하면서요. 언젠간 그날이 오지 않을까요?

제 영화를 진심을 대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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