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000가 아니라 인간 000를.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1년이 넘게 캐스트로 일했다. 내게 남은 건 몇 백만원 남짓한 돈과 수많은 사진과 영상, 수없이 스쳐 지나가기만 하는 인연 정도인데, 이 재료를 유용하게 쓰지 못해 한도 같이 남는다. 나빠진 건강, 다른 캐스트와는 조금은 차이나는 업무 강도를 핑계로, 진정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서의 나를 챙기지 못 했다.
퇴사를 앞두고서야 내가 뭘 해야 나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생각한다. 어쩌면 나와 같은 고민, 나와 같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하루하루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서의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방황하는 20대가 모인 롯데월드라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캐스트라면 주 40시간 근무이기에, 방황하는 대학 휴학/졸업생이 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 자신도 방황하는 처지라 누군가를 이끌어 줄 수는 없다. 다만, 롯데월드에서 오랜 시간 일하면서 잊고 지내던 본인의 모습-무엇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었는가-은 떠오르게 할 자신이 있다. 인터뷰. 캐스트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내, 당신을 진심으로 인터뷰 해보고 싶다고 전하는 것. 롯데월드 캐스트 000가 아닌, 인간 000과 관련된 분야에 관심을 가지며 인터뷰 하는 것. 이 활동은 상대와 나를 동시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