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와 필라테스의 경우
원문 : https://blog.naver.com/cjswogudans/222025601229
어제 언어에 대한 글을 적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내용을 서술해보도록 하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요가와 필라테스를 접하면서 해부학 공부를 시작하지만 99.99%가 공부에 실패하게 되는데, 이는 어떤 방법론을 택해야 인지와 관련한 뉴런 집단이 지속적으로 선택되어 미세한 해부학적 변화를 초래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공부라 부르는 인지활동의 진화는 단세포 생물에서 보이는 습관화habituation, 민감화sensitization,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와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발현한다. 습관화, 민감화, 고전적 조건화는 척수반사에서 보이는 단일 뉴런의 해부학적 변이와 학습이다. 즉 다량의 감각정보 패턴을 묶어 선택적으로 갈고 닦는 지각적 내용이 아니다. 습관화란 더 적은 에너지를 써서 동일한 힘을 내는 것이다. 민감화란 아주 작은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고전적 조건화는 중립적인 자극, 즉 결과와 전혀 상관없는 자극이 특정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인지학습은 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만, 선택의 단위가 다르다. 단순한 반사적 운동의 선택단위(즉 기억)는 개별 뉴런의 미세 시냅스이다. 인지학습의 선택 단위는 뉴런 집단(작은 집단이 될 수도 있고 국소적 지도가 될 수도 있다)이다. 우리의 경험, 에피소드, 개념과 같은 요소들은 뉴런 집단의 물리적 변화로 인해 형성된다.
뉴런 집단이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에는, 패턴pattern 형식으로 기억한다. 인간의 대뇌피질은 각 기능이 다소 명확하게 구분된 일련의 피질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피질은 촉각을 지형학적으로 구성하고, 어떤 피질은 선분을, 어떤 피질은 음소를, 어떤 피질은 색을 구성한다. 이를 기능적으로 분리된 지도의 발생적 패턴이라 한다.
학습이 처음 일어날 때에는 논리도, 계산도, 추상도 없다. 그저 형태를 볼 뿐이다. 그것이 패턴인데, 이 때 우리는 암기할 수 없다. 다만 보고 '이런 것이 있구나' 정도만 지각할 뿐이다.
동일한 내용을 두 번째 볼 때에는 선별이 발생한다. 인간 의식은 필연적으로 지향성을 띠기 때문에(학습의 경우에는 오죽하랴)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부분만 보려고 한다. 즉 첫 학습에서는 지각한 모든 자료를 볼 수밖에 없지만, 두 번째부터는 나에게 필요한 내용만 골라 보기 시작한다. 이것을 특이성specificity이라 한다.
특이성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논리, 계산, 추상, 그룹화, 시간, 공간, 역사, 맥락, 관찰 등이 있다. 이는 위에서 언급했던 패턴pattern의 요소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패턴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되 모호하다. 선별이 없기 때문에 우리 신경계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특이성의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지각과정에서 주의attention를 기울이게 되고 특정 뉴런 집단은 지속적으로 선택되어 강화되며 다른 뉴런 집단의 연결망은 약화된다.
당신의 눈 앞에 사과 두 개가 있다고 가정하자. 하나는 친구에게 다른 하나는 동생에게 주어야 한다. 그리고 1시간 뒤 다시 이 사과를 받아와야 하는 업무를 맡았다. 다음 날에는 바나나, 그 다음 날에는 키위, 그 다음 날에는 땅콩을 이용해 동일한 업무를 계속 반복하며 돈을 버는 원시인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원시인이 기초교육을 받지 않았을 경우, 계산에 대한 어떠한 공식도 떠올릴 수 없다. 그것을 밝혀낸 사람이 L. S. 비고츠키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125354
만약 저 업무를 맡은 사람이 원시 부족의 문맹인이라고 하면, 비고츠키에 따르면 저 원시인은 계산을 하지 않을 것이다. 원시인의 기억에는 모든 것이 개별 패턴으로 존재한다. 즉 원시인의 기억을 열거해보자면...
① 저번주에는 사과를 A와 B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시 받았다.
② 그저께에는 바나나를 A와 B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시 받았다.
③ 어제는 키위를 A와 B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시 받았다.
④ 오늘은 땅콩을 A와 B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시 받았다.
⑤ 끝없이 생성
이런 식으로 일일이 다른 케이스로 분류해서 기억한다. 이것이 패턴 기억의 전형적인 예시이다. 개별 에피소드 전체를 기억한다. 이런 식의 기억이 발생하게 되면 대뇌피질의 피라밋 뉴런이 너무 많은 양을 기억해야만 한다. 그래서 패턴기억의 특징은 왜곡이 심하고 착각illusion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사칙연산을 배운 개체가 저 업무를 맡았다면 어떤 기억이 발생할까.
① 저번주에는 사과를 A와 B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시 받았다.
② 그저께에는 바나나를 A와 B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시 받았다.
③ 2개의 물건을 하나씩 나눠준다. 그리고 다시 받아서 더한다.
④ 기억 안함
특이성의 발현이다.
공부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1. 처음부터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하지 마라
2. 개별 사례에 익숙해질때까지 반복해라
3. 일련의 규칙을 찾아라
4. 규칙을 반복해라
5. 처음부터 논리를 찾지 마라
6. 논리는 익숙해지면 저절로 찾게 된다. 즉 핵심은 반복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익숙해지는 것'과 '반복'이다. 본질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데
요가 해부학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누구나 이런 시도를 하지만 실패하므로). 처음 책을 펴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 왜냐면 모든 것이 패턴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글도 그림으로 보이고 그림은 추상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 절대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인간은 처음부터 이해할 수 없다. 논리적 규칙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특정 뉴런 집단이 계속적으로 발화해야 하는데, 이것은 무조건 고반복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즉 같은 내용을 매일같이 보면 그냥 알아서 인간의 두뇌가 패턴과 맥락간의 어떠한 규칙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역사적 경험에 또한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해부학을 공부하기 이전에 얼마나 수련 경력이 길고 깊은가가 중요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시도에서 포기하는데, 패턴을 논리로 바꾸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해할 필요도 없고 이미지만 보아도 상관없는데, 집개가 호랑이가 되고 싶어 날뛰는 양상과 동일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이무기가 용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종이다. 다만 이무기일 때에는 이무기가 거쳐야 하는 마땅한 과정이 있고(무한 반복), 용이 될 때는 용이 되기 위해 거쳐야 마땅한 과정(수많은 경험 속에서 일련의 규칙을 찾아내는 것. 그것을 지성 혹은 지혜라 한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용만 보고 자기가 뱀 꼬리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당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였다. 적을 알기 전에 일단 나를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