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일.
그녀가 춤을 청했다.
'춤을 청하다'라는 말은 글이나, TV에서나 보던 익숙하지만 생소한 이야기였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의 사고와 개념에는 춤을 청한다라는 표현은
먼 과거의 서양 어느 나라의 무도회장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었다.
그런 나에게서 '춤을 청하다'라는 표현이 나왔다.
'춤을 청하다' 그것은 그 순간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문장이자 표현이었다.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그 순간이 내 머릿속을 흩뿌렸고, 내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녀는 작고 조그마한 손을 내게 건네었고, 나는 그 손을 바로 보고는 이내 그녀의 눈을 찾았다.
너무나 맑고 아름다운, 내가 본 눈 중에 가장 아름다운.
그 순간의 분위기가 더욱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내가 무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기억에 남을 듯한 눈동자.
그렇게 내가 그녀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녀는 내게 말했다.
'같이 춤추실래요?'
얼어붙는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탄생했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이었을까.
70~80년대의 로맨스, 멜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라고 생각했다.
살면서 저런 말을 다른 사람 입에서 들을 수 있을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단골 대사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 마치 날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난 그녀의 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 속의 멋진 장면, 드라마 속의 화려한 장면.
현실로 겪어보지 못했다면 그저 웃어넘길듯한 상황.
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경험했다.
난 그저 길을 걸었고, 멈춰 섰다.
그 길이 나를 위해 준비되어있었고, 내 걸음이 날 위해 멈추어 준 것 마냥
나는 그 시간에 굳어버렸다.
나의 짧지만 긴 침묵의 눈 사위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어딘가로 뛰어갔다.
나의 영화 속 한 장면은 그 순간 멈추었고, 그녀의 뛰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순간이 영원이었으면 하는 느낌.
허무하지만 그저 그 순간뿐이었다.
나는 오늘도 어쩌면 다시 맞을 그 순간을 찾아 이따금씩 멈춰 서곤 한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