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6 일
27살.
아직 한창의 20대의 어느 날, 나의 인생에서 가장 길게 느껴지던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는 희귀 난치질환을 가지고 있다.
크론병이라는 질환이며, 자가면역질환이다.
면역체계의 이상현상으로 발생하는 병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몸의 모든 소화기관 어디서든 생길 수 있는 질병인데, 나의 경우 소장에서 크론병이 발병하였다.
그날도 딱히 특별할 게 없는 하루였다.
크론병 확진을 받은 지 5년에서 6년 정도가 지났을 때, 그날 나는 집에서 가만히 TV를 보며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복통이 매우 심하게 전해졌다.
당시에는 이따금씩 복통이 찾아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서 잠시 기다리면 없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또 참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평소랑 다르게 통증이 계속 남아있었고, 1시간쯤 가량 흐른 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검사를 하고 기다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배는 아팠고, 1분 1초가 너무나 힘들었다.
진통제 처방에도 효과가 없는 통증을 안고 한참 지났을 때, 담당의가 긴급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나타났다. 소장을 일부 절제해야 한다는 이야기였고, 개복수술을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 많이 심각한 이야기였는데, 당시의 나는 진짜 너무 심한 통증에 고민 없이 빨리 수술해 달라고 소리를 쳤던 기억이 남아있다. 수술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동안, 나에게만 시간이 너무도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온몸이 식은땀을 흘려가며 밀려오는 통증을 견디는데 체감상 1시간은 지난 것 같이 힘든데 실제로는 10분의 시간 밖에는 가지 않았던 경험. 그렇게 잠시 뒤, 나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수술실의 천장을 마지막으로 마취에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눈을 떴을 때, 수술실 천장이 아닌 다른 천장이 눈이 들어왔고, 아 그래도 잘 살아있구나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진짜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속된 말로 차라리 죽고 싶다 생각할 정도로 아팠던 것 같다. 하기야, 배를 가르고 소장을 자르고 내장을 휘저어놨으니, 자리 잡고 아물고 하는 시간과 통증이 얼마나 길지 그때는 몰랐다.
수술하고 그 당일 하루는 정말 시간이 멈춘 것처럼 더뎠다. 관리를 소홀히 한 내 탓이겠지만, 그날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