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9 일
11년, 20대 초부터 30대 초반까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내가 그녀를 만나던 11년 동안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아파도 그녀가 나를 안아주는 그 짧은 한 순간, 내 마음은 세상 누구보다 편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나에게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아름다운 쉼터 같은 존재였다. 그녀의 포옹은 나의 긴장을 완전히 풀리기 했으며, 모든 것을 내려놓게 했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의 소년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외출할 땐, 세상 그 무엇도 겁나는 게 없었고, 어머니의 품 안에서 누워있을 땐, 세상 그 무엇도 나를 걱정하게 하지 않았다.
나의 청년시절 그녀는 나에게 주었다.
어릴 적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느끼던 그 편안함과 말로 표현하지 못할 고양감을.
나는 그런 그녀의 품에서, 그녀의 호흡을 세며 잠드는 것을 사랑했다. 살아오며 내가 느꼈던 가장 큰 편안함 속에서 잠이 들곤 했으며, 잠에서 깨어나 그녀와 헤어지고 난 뒤에도 한참을 그 편안함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나에게 그녀의 호흡은 항상 20번을 넘지 못했다.
그 밀려오는 편안함에 언제나 20번을 채 세지 못하고 잠이 들었기에.
지금 나는 그때의 그 편안함을 다시 느낄 수 없다.
나에게 언제나 세상 가장 큰 편안함을 주었던 그녀는,
반대로 나에게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였고, 그렇게 떠나갔다. 그녀에게 내가 느끼던 감정을 선사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내가 받아오던 편안함이 영원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었다는 상실감, 익숙하기 때문에, 소중히 하지 못했다는 후회감이 더해져 나는 오늘도 그녀를 떠올린다.
나를 나로서 있을 수 있게 만들어준 그녀에게,
그때는 전하지 못한 감사함과 고마움을,
이렇게라도 남겨두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