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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안경으로 본 것들.

2025.02.13 목

by JasonChoi

초등학교 4학년 11살 시절의 이야기이다.


당시 우리 반 담임선생님께서는 환경운동가이셨다.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셨고, 매일 꿈이 바뀌던 그 시절의 나에겐 큰 영향을 주시던 분이셨다.


자연에 대한 체험들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고, 어느새 나는 조류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던 것 같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아직 주변이 개발되기 전이라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3면이 논과 밭, 그리고 산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연체험학습의 장이 될 수 있었고, 많은 식물, 곤충, 조류 등을 관찰하고 직접 볼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도 동물을 좋아하던 나는 자연스럽게 새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나이가 어렸던 만큼 좋아하는 것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하였다.

교실에는 선생님이 구비해 두신 쌍안경들이 분단마다 놓여 있었고, 나는 틈만 나면 논이나 산을 쌍안경으로 들여다보며 새들을 찾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백로들을 정말 많이 관찰할 수 있었는데, 백로에도 종류가 6~7가지나 된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던 와중 선생님의 환경운동가 활동에 의한 방송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 같은 반 친구들 몇 명과 선생님과 함께 갯벌체험과 산속체험을 떠났었고, KBS 환경스페셜이란 다큐멘터리에,

'숲으로 간 도시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탔었다. 선생님이 우리들을 이끌고 자연에 대한 많은 체험을 다니시는 모습을 담은 방송이었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며, 삶의 형태도 꿈의 방향도 바뀌게 되었지만, 지금도 그때 선생님과 함께하던 많은 활동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실제로 얼마 전에도 다큐멘터리를 다시 찾아봤을 정도로 그 시절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 같다.


1~2년 전 문득 떠오른 선생님 생각에 검색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여전히 환경단체 대표로서 환경운동가의 길을 가고 계신 것을 보며, 한편으론 놀라기도, 대단하시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올 해에는 한번 연락을 드리고 선생님을 찾아뵈어야 할 듯하다. 선생님은 26년 전 초등학교 교실에서 쌍안경으로 자연을 마주하던 우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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