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4 금
할머니께서는 항상 말씀하셨다.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고.
어린 시절, 휘파람을 처음 불 수 있게 되었을 때는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신기해서 시도 때도 없이 휘파람을 불며 돌아다녔다.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집에서도.
작은 집에서 다섯 식구가 모여 살던 우리 집에서는
휘파람을 불면 항상 할머니가 잔소리를 하셨다.
그때는 이미 휘파람을 부는 게 버릇이 되어서 습관처럼 계속 소리를 내던 때였는데, 그 시기에 나와 동생은 한창 할머니와 같이 자는 걸 좋아했을 때이기도 했다.
할머니와 잠을 잘 때면, 언제나 옛날이야기를 해주시곤 했는데, 우리 둘은 그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잘 시간만 되면 베개를 하나씩 들고 할머니 방으로 뛰어갔다.
그래서 그날 할머니가 해주신 휘파람에 관한 옛날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옛날에 한 사냥꾼이 산속에 집을 짓고 사냥을 하며 혼자 지내고 있었다. 사냥꾼은 매일매일을 사냥에 나가곤 했었는데, 매일 사냥감을 잡아오지는 못했다.
한 번은, 1주일이 넘게 토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사냥꾼은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가 진 숲 속은 너무나 위험해서 평소에는 해가 지기 전에 사냥을 마치는 사냥꾼이었지만, 그날은 늦은 시간까지 사냥을 계속하였다. 끈기 있게 사냥을 한 사냥꾼에게 산신령이 선물이라도 준 듯, 사냥꾼은 큰 사슴 한 마리를 사냥할 수 있었다. 1주일 만에 큰 사냥감을 얻은 사냥꾼은 사슴을 가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너무 기분이 좋아서 연신 휘파람을 불며 밤의 산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사냥꾼과 사슴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뱀이 나타나 사냥꾼이 힘들게 잡은 사슴을 물고 사라졌다. 그 뱀을 본 사냥꾼은 그 뒤로는 절대 밤에 사냥을 하지 않았고 휘파람도 불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들어보면 참 유치하고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이야기이지만, 그 시절 나와 동생은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철썩 같이 믿곤 했기에 그날부터 밤에 휘파람을 불지 않도록 엄청 신경을 썼던 기억이 있다.
성인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가 할머니가 지어내신 이야기라는 걸 알았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셨던 이야기는 거의 전부가 사실이 아니지만, 손주들을 위한 사랑으로 해주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누군가 휘파람을 불고 있을 때,
할머니와 할머니가 해주신 그 이야기들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