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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그림자에 대해 써라.

2025.02.21 금

by JasonChoi

여유로운 시간에 집 근처를 산책하는 일은 환상적이다.

생각의 정리가 필요할 때도, 몸이 찌뿌둥할 때도,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도 언제나 효과 직빵인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억지로 시간을 내어서 하는 산책보다,

바쁘게 사는 와중에, 나에게 주어진 선물같이 아주 꿀맛 같은 휴식시간이 생겼을 때, 그런 시간에 하는 산책은 몇 배는 더 행복감을 느끼는 편인 것 같다.


조금씩 떨어지는 해를 보며, 그 해를 머금고 은은한 주황색으로 펼쳐진 하늘을 보고 걷는 순간은 정말 소중한 나만의 힐링타임이 된다.


떨어지는 해로 인해 조금씩 길어지는 그림자를 보다 보면, 지는 해가 아쉬운 건지, 나와 함께 조금 더 걷고 싶은 건지, 도망가는 모양새인 것만 같아 재밌기도 하다.


나의 그림자를 관찰하다, 문득 다른 사람들의 그림자도 들여다보는 나의 시선 끝에, 그림자만 보아도 행복함이 가득한 풍경이 들어온다.


어린아이가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그림자. 그림자에서 느껴지는 행복함에 살짝 고개를 들어 그 가족을 바라보면, 당장에라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가족들이 서있다.


나 혼자만 있어도 즐겁고 행복한 산책시간.

사랑하는 사람과 그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더욱더 완벽한 힐링타임이 되는 것은 아닐까?

나 또한 산책길에 우연히 스치는 사람들에게

그림자만으로도 행복함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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