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2 토
그녀의 침대에는 항상 3가지의 베개가 놓여있었다.
조그마한 분홍색 베개, 일자형의 긴 원형 베개, 공룡 모양의 큰 베개.
한번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왜 베개를 3개씩이나 쓰는 건지.
작은 베개는 머리에, 긴 베개는 벽 옆에, 큰 베개는 품에 안고 자는 게 버릇이라는 답을 들었다. 신기하게도 한 번에 알아듣고 이해한 나였지만, 그녀가 자는 모습을 따라 해보니 더욱더 왜 베개가 3개나 필요한지 느꼈던 경험이 있다.
물론 베개가 3개나 놓여있는 그녀의 방이었지만,
함께 있을 땐 거의 내 팔을 베개로 사용하였다.
누구나 경험이 있겠지만, 오랜 시간 팔베개를 해주다 보면 팔이 많이 저려올 때가 있다.
상대에게 비밀로 해야만 하는 압박감에 나중에는 팔의 감각을 잃어버리는 날도 종종 있었다.
그래도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에, 내 팔을 베개 삼아 누우면 금방 잠이 드는 모습을 보면 ' 팔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언젠가 한번 큰 공룡모양의 베개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더 큰 공룡모양의 베개를 사다 준 적이 있는데,
너무 좋아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너무 즐거웠던 적이 있다. 사실 나는 그녀의 향기가 베여있는 베개들을 전부 좋아했지만, 어머니의 강압에 의해 베개를 바꿔야 했기에 선물을 했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애착 아이템을 버리러 가는 길은 참 마음이 착잡하기도 했다.
지금은 서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이 짧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서로의 흔적을 지우는 시간 또한 꽤나 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평생을 완벽하게 지우기는 힘들 테지만,
가끔 생각나는 즐거웠던 추억들은 굳이 노력하여 지울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녀의 방에 있던 3개의 베개를 아직 기억하는 나처럼,
살아가며 그녀가 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을 때, 나쁜 추억보다는 즐거운 추억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