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충분함만을 정의하고 소비도 선택해야 한다.
뭔가를 사면 너무 즐겁다. 맛있는 것, 예쁜 것, 멋진 것, 소비는 그 자체로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행위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비를 즐기는 만큼 소비는 중요하고 또 어렵다. 아무리 잘 벌고 잘 모아도 생각 없는 소비는 깨진 항아리처럼 내 돈을 다 세어 나가게 한다. 인간은 ‘소비의 동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끊임없이 다양한 소비를 하면 살아간다. 필요에 의한 소비, 감정에 의한 소비, 소비 자체를 위한 소비까지. 이렇게 중요한 소비는 당연히 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소비 성향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일단 내 소비 성향을 생각해봤다. ‘내가 주로 사는 게 뭐였더라.’ 난 사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아끼며 사는 사람도 아니다. 먹고 싶은 메뉴나 사고 싶은 옷이 있을 때 얼마나 만족이 될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본다. 하지만 ‘돈 쓰면 안 돼~’ 이런 맘으로 자제하진 않는다. 그러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내가 돈을 버는 이유 중엔 소비의 즐거움이 포함되어 있다. 굳이 선택하라면 조금 벌어서 아껴 쓰는 것보단 많이 벌어서 자유롭게 쓰고 싶다. 난 이렇게 내 소비 성향을 파악했다. 사람마다 소비할 때의 우선 가치가 다를 것이다. 한 번쯤 내 소비 성향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자유롭게 쓰는 것과 생각 없이 쓰는 건 엄연히 다르다. 내가 말하는 자유로운 소비는 내가 하고 싶은 소비가 적절하다고 판단이 된 후, 즐겁게 돈을 쓰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생각 없는 소비는 딱히 필요한지 만족이 될지 이런 고려를 하는 과정이 없다.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돈을 써버리는 소비이다. 흔히 말하는 “충동구매” 말이다. 나도 종종 경험하지만, 이런 경우 만족의 감정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 소비의 효용은 흐지부지되게 마련이다. 최악은 이런 소비 형태가 습관이 된 경우이다. ‘아 몰라, 일단 사~!’하는 순간의 즐거움에만 익숙해져 버리면 결국 쓸데없는 물건들로 가득 차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주는 스트레스로 공간과 마음의 여유를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올해 초부터 왠지 화장품과 옷을 자주 구매하곤 했다. 아무래도 한 살 더 먹고 무의식적으로 외모가 더 신경 쓰였던 듯하다. 이게 아닌데 싶을 때쯤 “제프 시나버거”의 『Enough: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책을 보게 됐다. 제목을 보고 ‘나의 충분함을 깨달으면 쓸데없는 욕심으로 인한 소비는 줄어들겠지.’ 이런 기대가 있었다. 책의 내용은 그보다 더 깊었다.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한 것 이상으로 넘치게 소유하고 있다. 자신의 충분함을 정의하고 그에 맞는 소비를 하며 넘치는 부분은 부족한 사람들과 나누자는 내용이었다. 이상적이면서도 닮아가고 싶은 삶의 방식이었다. 나의 충분함에 대해 고민하기로 했다.
사실 고민할 것도 없이 난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진 않는다. 충분히, 아니 넘치게 가지고 있다. 정리를 잘하고 싶단 생각이 종종 드는 걸 보면 넘치게 소유하고 있는 것이 맞다. 공간이 좁다는 건 핑계란 것도 잘 안다. 내가 어떨 때 소비하는지 생각해 봤다.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경우 못지않게 단지 갖고 싶어서 사는 경우도 많았다. 쓸데없는 욕심이다. 소비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소비할 때는 내가 정말로 원하는 곳, 가장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적은 돈이라도 나에게 '가치 있는 소비'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내 취향을 잘 알아야 한다. 소유물은 그 사람의 성격, 취향, 가치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유행보다는 기본을, 양보다는 질을, 욕구보다는 필요를, 가장 중요하게는 나의 관점에 의해 선택한 것만 소비해야 한다.
한편으론 감정적 소비도 때로는 필요하다. 삶이 팍팍할 때 비교적 쉽게 기분전환 할 수 있는 방법이 소비이기도 하다. 맛있는 것을 먹는다든지, 여행을 간다든지, 예쁜 옷을 사는 것 등 말이다. 방전된 마음을 조금씩이라도 충전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러니 소비를 너무 억제하지는 말자. 너무 아끼며 살기보단 뭔가를 누릴 수 있는 내 능력에 뿌듯해하는 날도 종종 필요하다. 그런 날에는 순간적인 기분 해소에 그치지 말고, 내 취향에 맞게 만족감이 큰 “Flex”하는 기분을 가끔 누려보자. 그런 것이 삶의 즐거움 중에 하나고 동시에 열심히 살아갈 삶의 동기부여가 된다.
자신의 소비 습관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으로 습관을 만들어보자. 난 요새 뭔가를 사고 싶은 맘이 들 때 바로 결제하지 않는다. 구경만 하다가 흥미가 없어지기도 한다. 흥미가 아직 남아있다면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그리고 잠시 잊고 다른 일을 한다. 그 후에도 사고 싶으면 구매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이 방법으로 충동적 소비가 많이 줄었으니 꽤 효과적인 방법이다. 반면에 뭔가 필요해서 사야 하는 경우는 미루지 않으려고 한다. 미루고 오래 검색하고 이런 행동에 소중한 에너지와 시간을 쓸데없이 소비할 순 없다. 이렇게 새로운 습관 두 개만으로도 나의 소비 생활은 꽤 간결해졌다. 맘에 든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소비 습관을 만들고 익숙해질 수 있다.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라는 책을 최근에 다시 읽었다. 10년 전에 읽었던 책이다. 그때의 감상은 흐릿하지만 좋은 느낌이었기에 사촌 언니한테 빌려줬던 것 같다. 최근에 다시 읽게 됐는데 너무 좋았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을 거의 비슷하게 표현한 책이다. 필요 없는 물건을 비우고, 몸을 건강하게 가꾸고, 평안하고 유연한 맘을 유지하는 삶. 10년의 세월 동안 내가 정리한 삶에 대한 가치관들과 책의 내용이 결이 비슷했다. 내용의 요지를 정리해 봤다. 필요 없는 물건은 스스로 짊어진 불행이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은 자기 존중의 문제다. 집착과 소유를 포기하고 유연한 마음을 얻자. 간결하고 아름다운 삶,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이다. 그러기 위해 나의 욕구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금욕이라든지 무소유 주의자는 아니다. 되고 싶지도 않다. 욕구를 충족하며 느끼는 만족감의 행복을 좋아한다. 단 그 만족감이 꼭 소비를 통해서 이뤄질 필요는 없다. 뭔가를 원하는 욕구 없이 평안한 맘에서, 필요한 물건들만 있는 비어 있는 공간에서도 만족감은 느낄 수 있다. 또 꾸밈과 계산이 필요 없는 진실한 관계에서 삶의 만족감은 넘치게 느낄 수 있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충분한 것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결국 충분함은 내가 정의하는 것이다. 소비로 채우지 않아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맘이 충분하다고 느끼면 그것이 나의 충분함이다.
최근에 본 방송에서 홍진경이 팬의 질문에 대답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팬은 자기는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하는데, 우스운 사람으로 보이고 싶진 않다고 했다. 홍진경은 그런 점을 어떻게 조절하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홍진경의 대답은 스스로 자존감을 지킨다는 거였다. 남의 평가보다 나의 평가가 중요하기에 내 평가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자존감을 선택적 소비로 관리한다는 거였다. 홍진경은 옷이나 화장품 등 꾸미는 것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자신을 가치 있게 느껴지게 해주는 생활용품이나 식기 가구 등을 신경 써서 고르고 좋은 제품으로 구매한다고 한다. 현명하고 가치 있는 소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돈, 시간, 에너지를 써버린다는 의미다. 왠지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끔 소비하며 죄책감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소비로 인해 얻게 되는 것이 더 큰 가치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하게 되는 소비를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동기부여를 위해 소비하거나 내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소비일 수도 있다. 또 남과 함께 즐겁기 위한 소비 등 가치 있는 소비의 경우의 수는 많다. 수동적이고 생각 없는 소비를 버리고, 선택적이고 현명한 소비를 고민해 보자. 최근에 난 나만의 숙원 사업을 이루기 위해 꽤 큰 소비를 했다. 여태까진 과연 필요한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결과는 너무 만족스럽다. 왜 미리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없다. 나한텐 이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소비의 가치는 다 나 하기 나름이다. 언제, 무엇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 그리고 쓰지 않을지 내 소비는 내가 잘 선택하면서 살아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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