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내 맘 같은 사람은 없다.
그러니 너무 기대하거나 실망할 필요 없다.
살면서 종종 “내 맘 같지 않네….”라는 말을 한다. 내가 한 행동이나 생각의 결과가 기대와 다른 경우에 그렇다. 또 상대방의 반응이나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도 그렇다. 잘 생각해 보면 세상에 내 맘 같은 사람은 없다. 나도 내 맘을 백 프로 알 수 없는데 내 맘을 나처럼 알아주는 사람이 있기는 어려운 일이다. 내 맘 같기를 바라는 건 결국 내가 예상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 세상일이 좋은 결과만 있을까? 그렇게 인생이 쉬울까? 그러니 우리의 디폴트 즉, 기본 전제는 “세상은 내 맘 같지 않다.”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족, 친구, 연인 사이 다 마찬가지이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의 반응이나 상황이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필요 없는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다. 조금 서운할 순 있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상대방의 반응을 예상하고 기대한다. 내가 이런 선물을 하면 너무 좋아하겠지? 내가 생일을 챙겨줬으니 내 생일도 챙겨주겠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걸 봤으니 칭찬해 주겠지? 이 모든 행동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하겠다고 선택할 순 있지만 상대방의 반응을 우리가 선택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이 나에게 의미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론 친구나 가족의 생일 선물을 고를 때 이 생각을 많이 한다. 일단은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걸 고르려고 하지만 사실 좋아할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냥 내가 선물해주고 싶다는 맘에 집중한다. 그렇게 고른 선물에 상대방이 너무 좋아하면 두 배로 뿌듯하다. 설사 맘에 안 들어하는 것 같아도 상관없다. 내가 축하해 줬다는 사실이 난 더 중요하다.
세상이 내 맘 같지 않다고 생각하고 살면,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기대를 덜 하게 된다. 모든 행동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나의 선택이다. 거기까지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챙기는 건 내가 그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까지면 된다. 사람의 욕구 중에 큰 것 중 하나가 “인정욕구”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음으로써 자아를 확인하는 것이다. 인정은 결과이지 목표가 되면 안 된다. 그리고 타인의 인정보다 나의 인정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동기가 되면 안 된다. 그 사람의 반응이 내 예상과 다르면 내 호의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자칫 상처받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내 맘을 알아주기를 바란다면 솔직히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자. 사람은 성격도 배경도 다 달라서 같은 상황에 있어도 생각하는 범위가 전혀 다르다. 순전히 내 기준으로 ‘이쯤 했으면 나의 의도를 알겠지.?’라고 생각했다가 기대와 다른 반응에 실망하는 건 섣부른 행동이다. 호의적인 행동뿐 아니라 거절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친한 사이라면 차라리 직접적으로 거절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내가 너무 피곤한데 친구가 만나자고 하는 경우는 솔직히 얘기하고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좋다. 괜히 거절하는 것이 불편해서 또는 친구가 기분이 나쁠까 봐 무리하게 되면 오히려 만나도 즐겁지 않다. 또 그 뒤에 찾아오는 피로감으로 친구를 원망할 수도 있다.
잘 알지 못하는 사이라면 처음엔 부드럽게 거절하는 것도 좋다. 거절하는 이유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은 간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연락을 줄이고 짧은 답을 하는 등 상대방이 눈치를 챌 수 있는 시간을 주자. 그러나 태도는 일관적이어야 한다. 괜히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이랬다 저랬다 하면 안 된다. 그건 결국 내가 우유부단한 사람이라는 인식만 줄 뿐이다. 상대방이 나의 은근한 거절을 눈치채지 못하거나 무시한다면 솔직히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것이 상대방도, 나도 배려하는 태도이다. 40대가 된 우리는 순간의 감정이 불편해 상황을 회피하는 비겁한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한다.
표현하고 살자. 내가 고마워하는지, 미안해하는지, 화가 났는지 혼자만 생각하면서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다. 또 알아주지 않아 혼자 속상해하고 담아두는 건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물론 눈치로 상대방이 내가 고마워하는지 미안해하는지 알 수도 있다. 하지만 “고마워요~~~”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게 훨씬 더 좋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내가 무언가 선물을 했을 때 상대방이 맘에 들어하는 걸 어느 정도 느낄 순 있다. 하지만 “정말 고마워~”라고 표현을 듣는 게 훨씬 즐겁고 뿌듯하다. 표현해 버릇하자.
불편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소중한 사이라면 대화해야 한다. 내가 화가 났음을 얘기하고 필요하다면 상대방의 해명을 듣자. 오해일 경우도 많다. 내가 사과해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상대의 사과를 듣고 이해가 됐다면 맘에 담아두지 말자. 지금까지 이어오고 인연이라면 이 정도 노력은 해야 한다. 오해로 관계를 망치기엔 소중한 인연은 다시 만들기 쉬운 것이 아니다. 원래 내 맘 같은 사람이 없으니 내 맘을 얘기해 주면 된다. 그렇게 속을 알아가다 보면 내 맘 같아질 확률도 커진다.
내가 ‘세상에 내 맘 같은 사람은 없다’라고 전제하는 건 서로 기대도 없는 삭막한 관계를 맺고 살자는 것이 아니다. 내 행동과 결정의 기준을 나에게 두고 살자는 것이다. 결과가 좋으면 행복한 경험으로, 혹시 아쉬워도 다음 기회를 위한 경험으로 여기며 살면 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쓸데없이 에너지, 감정 소모할 필요 없다. 내가 온전히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의도뿐이다. 좋은 의도, 나에게 의미 있는 의도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인정해 주면 된다.
끝으로 만약 주변에 내 맘 같은 사람이 있어 내 맘을 찰떡같이 알아준다면 그건 정말 행운이다. 한 번쯤 생각해 보자. 나도 그 사람에게 그 맘 같은 사람인지. 서로 그런 사이라면 감사하며 관계를 소중히 여기면 된다. 만일 그렇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이제부터라도 노력해야 한다. 내 맘같이 대해주는 사람이 나에게 기울여주는 관심과 배려, 공감을 나도 그만큼 돌려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관계는 상호적인 것이다. 일방적인 관계는 결국 오래갈 수 없다. 상대방이 바라는 게 없는 마음이었다고 해도 그렇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너무나 맞는 말,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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