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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e Feb 29. 2024

연애, 내 타입이 아니라고 단정 짓지 말자.

더 이상 "내 타입"이란 말에 속지 말자.

난 직관형의 사람이다. MBTI로 말하면 “N” 타입이다. 그런 성격 탓에 사람들을 만날 때 첫 만남의 인상이 쭉 가는 편이다. 이성을 만날 때도 그렇다. 첫인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첫인상이라고 하면 외모와 말투, 태도 등이 포함된다. 여전히 사람에 대한 파악은 빠른 편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첫인상에 관한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여러 사람과 교류하고 다양한 상황을 겪다 보니 직관에만 의지해 판단하는 건 경계하게 됐다. 내 직관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친구나 지인의 관계는 기대치가 크지 않기에 이런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냉정하지 못한 부분은 역시 연애이다.     


소개팅을 하거나 모임 자리에서 이성을 만났을 때, 자연스레 첫인상으로 그 사람을 파악해 버린다. 그러고 나면 내 안에서 그 사람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정해져 버린다. 호감, 비호감 다 마찬가지이다. 난 내 직관을 믿는다. 하지만 때때로 섣부른 결정으로 잘못된 선택을 부른다. 그런 선택 때문에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놓친 적도 종종 있었을 것도 안다. 그런 이유로 언제부터인가 연애할 때 친해지는 시간을 좀 가져야겠다 결심했다하지만 아직도 익숙하지는 않다. 여전히 “금사빠”의 기질이 다분함이다.     


우리가 지금부터 찾을 사람은 그저 보기에 좋은 사람이 아니다. 함께하기에 좋은 사람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옷을 잘 입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일을 잘한다거나 믿을 만한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취향이 능력을 말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혼 상대의 취향을 따지는 것도, 그전에 우선 상대의 능력을 확인한 뒤의 이야기다. '기분'은 '기능'을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남자의 외모는 능력이다’란 말도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조건을 우선으로 하자는 건 아니다다만조건과 능력성격도 파악하기 전에 기분이 먼저 가버리는 건 조심해야 한다.     


박용철작가가 쓴 감정은 습관이다라는 책을 보면 실제로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그저 '이전에 가지고 있던 관계 습관에 딱 들어맞는 사람을 찾았다'라는 뇌의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그런 관계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대인 관계 습관을 또 유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람에게 반복해서 상처받은 사람은 첫눈에 반하는 것, 이유 없이 감정적으로 끌리는 것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걸 읽고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를 반복적으로 만나는 여자들의 심리가 조금 이해됐다.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나쁜 남자와의 관계에서 속상하고 서운한 감정들이 익숙해져 습관적 감정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감정을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타협하라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신중해지자는 것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주변 어른이나 언니들로부터 “사람 한번 만나고 어떻게 아니.? 세 번은 만나봐….”란 소리를 종종 듣게 된다. 나 역시 그랬고 그 영향으로 30대 중반 이후로는 첫인상이 별로였어도 세 번 정도까지는 만나봤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만나서 인연이 된 사람은 없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세 번이든 열 번이든 생각과 맘을 열고 만나봤어야 했다첫인상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고 만났으니 상대방의 장점이 새로 보였을 리가 없다     


이 정도 나이가 되어 데이트에 성공하려면 기억해야 할 두 가지 열쇠가 있다. 첫째는 이전 같으면 배제했을지 모를 상대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자기변명을 위해 만나는 횟수를 채우는 것만으론 안 된다. 매번 만날 때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자신과 남들에 대해 인내심을 갖는 것이다여기에서 중요한 건 상대방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쉽게 판단하지 않을 인내심상대방에 대한 내 감정을 단정 짓지 않을 인내심 말이다.     


연애나 결혼하려는 이유는 둘이 함께 좀 더 나은 삶을 보내기 위해서이다. 좀 더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그런 상대를 정할 때, 나에게 맞는 사람인지는 필요조건이지만 나와 상대방 자체가 괜찮은 사람인지는 필수 조건이다. 괜찮은 사람, 다시 말해 좋은 사람들끼리는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려라고 생각한다나만의 입장을 강조하기보단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를 만나야 하나를 고민할 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만 생각하는 시행착오는 이제 그만하자. 내가 원하는 사람, 나하고 잘 맞는 사람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 두자. 좋아한다는 건 감정이 우선되기에 일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보단 평소에 내가 어떤 사람과 연애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자. 성격이나 생활 습관 등 선호하는 스타일을 생각해 볼 수도 있고절대 안 되는 부분을 미리 생각할 수도 있다이런 부분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역시 나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지나간 연애에 대한 복기도 필요하다. 친구들끼리 앞으로 만나고 싶은 이성에 관해 얘기하다 보면 실제로 잘 맞는 부분에 대해서라기보다 지난 연애에 아쉬웠던 점을 보상받을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 부분이 보완된 사람이라고 해서 꼭 나랑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아직 완전히 바뀌진 않았지만, 요즘의 나는 조금은 변했다. 사람을 만날 때 단번에 판단하거나 기대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이성을 만난다고 해서 다 나의 잠재적 인연의 느낌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성이라기보다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그러다 그 사람이 점점 이해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면 나랑 맞을 수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 본다. 평소 내가 생각했던 만나고 싶은 사람인지도 고려해 본다.      


나에게 맞는 사람이란 기준도 어찌 보면 애매하다. 지나간 연애를 뒤돌아보며 같이 보낸 시간이 좋은 기억이라면 ‘나에게 맞는 사람인가 보다.’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추억에서 남겨진 데이터는 정확하다고 할 순 없다. 전 남자 친구들이 다 같은 스타일인 경우가 아니라면 그때그때 좋았던 부분은 다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친구한테 어울리는 스타일을 판단해 주듯이 조금이라도 객관적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친구나 주변인들에게 상의하는 것도 좋다.     


[오만관 편견]으로 유명한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엔 여주인공들이 자신의 사랑을 찾는 이야기가 주제가 된다. 그녀의 여주인공들은 작가의 연애관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데, 그들은 남편감을 찾을 때 감정적이기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한다. 시대적 영향도 있겠지만 자신의 반려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신중을 기한다. 주관적 선호도와 욕구에 얼마나 맞는지를 따지지 않고, 남자가 스스로 당당하게 행동하는 객관적 자질을 따진다. 제인 오스틴의 여주인공은 우리처럼 “나한테 괜찮은” 남자를 찾는 일에 덜 신경 쓴다. 대신 그들은 말 그대로 괜찮은 남자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녀의 여주인공들은 그들의 주관적 선호도와 욕구에 얼마나 맞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남자가 스스로 당당하게 행동하는 객관적 자질을 따진다. 나에게 완벽한 남자인지를 따지기 전에 객관적인 의미에서 얼마나 완벽한 남자”'인지를 먼저 평가한다우리도 이래야 한다.     


행복을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 남자에 대한 우리의 모든 선택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을 만큼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 마흔의 나이인 우리는 둘의 즐거움도 추구하지만, 혼자의 평안함에도 익숙해져 있다. 그 평안함을 깨고 어릴 때처럼 즉흥적이거나 피상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건 부질없고 피곤하다. 그러니 더더욱 행복을 안겨줄 탁월함을 갖추자. 즉 다른 사람의 진가를 알아볼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극단과 불합리로 빠지려는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딱 ‘내 타입’으로 맺어진 커플과 ‘정반대끼리 끌린’ 커플의 만족도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성숙한 성격의 우월함에 기반을 둔 행복한 결혼과 "자기에게 괜찮은" 사람을 찾느라 정말로 괜찮은 사람을 놓친 사람들끼리 결합한 불행한 결혼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고 한다. 어느 정도 일리 있게 들려 공감이 됐다. ‘내 타입’에 속지 말자. ‘내 타입’은 내가 익숙하게 느끼는 사람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익숙함에 속아 내 삶에 중요한 결정을 쉽게 내리는 실수는 이제는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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