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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e Mar 13. 2024

잘 나이 들고 싶다. 곱게 늙을 테다.

몸도 마음도 곱게 늙을 수 있다.


난 곱게 늙고 싶다.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30대 중반부터 그렇게 되뇌고 살았다. 실제로 30대에는 내가 늙었다고 생각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늙지 않았던 그 시절에도 곱게 늙는다는 건 살아가는 태도에 관한 의미였다. 곱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나이의 무게만큼 내뱉는 말도 신중하고 차분하고 싶다.      


40대 초반인 지금은 노화를 실감하고 있다. 체력이 떨어지고 잔주름이 늘고 있는 게 보인다.

요새는 친구들과 곱게 늙자며 종종 다짐하곤 한다. 곱게 늙자고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기 위해선 일단 내가 나이 들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이 듦을 부정하고 이겨내려고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잘 나이 들기 위해 나를 다듬어 나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남은 세월이 긴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삶이 유한하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늙지 않기 위해 하는 노력보다 잘 나이 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곱게 나이 들고 싶다는 건 결국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할 때 제일 첫 번째 갖춰야 할 덕목은 성품이다. 마흔을 지난 우리 나이는 이제 어른 나이에 속한다.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면 어른으로서의 성숙함을 갖춰야 한다. 여태 살아오며 알게 된 자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항상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맘이 평안해야 주변에 너그러워질 수 있다. 남을 기다려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차분하고 느긋한 마음쉽게 흥분하거나 감정적으로 되지 않을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다그런 마음들을 갖추면 드러나는 표정도 자연히 편안해질 수밖에 없다.     

 

우연히 인스타에서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월호스님”이 나온 내용을 보게 됐다. MC인 유재석은 자신을 포함 주변 사람들이 크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이 평안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 말을 듣고 월호 스님이 “인연”이라는 말의 의미를 설명하셨다. “인”은 나 자신을 칭하는 것이고, “연”은 내 주변 사람과 상황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연”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항상 무탈할 수 없다. 나 자신인 “인”은 다르다. 내가 나를 잘 지켜내면 인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평안할 수 있다고 한다편안한 “인”으로서 주변의 “연”들과 조화롭게 나이 들어가며 살아가야 한다.     


성품을 갖추면서 동시에 신경 써야 할 것이 “말”이다. 마음과 생각의 표현인 말을 신중히 해야 한다내가 하는 말이 결국 나다내가 하고 있던 생각이고 태도이다. 아무리 꾸며내려고 해도 말로 다 드러나기 마련이고 무심결에 내뱉는 말도 결국은 평소의 내 생각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말은 많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은 결국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태도나 행동으로 다 드러나게 마련이다. 꼭 필요한 말만 진심을 담아서 하는 습관을 들이자그래야 내 말에 힘이 생긴다     


예전보다는 말이 좀 줄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한 번씩 말이 많아질 때가 있다. 물론 친한 사람들과 즐거운 자리에서 누구나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가끔 그러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자각이 들 때가 있다. 말이 생각을 앞서서 나가는 상태인 것이다. 그 정도 되면 이미 말이 아닌, 그냥 소리일 뿐이다. 의미나 진심이 담기지 않은, 그냥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말로 꼭 표현해야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내 말의 무게를 신경 쓰며 살았으면 좋겠다.     


곱게 늙기 세 번째 미션은 건강함이다건강하게 나이 들어야 한다식단을 신경 쓰자. 나쁜 것은 줄이고 몸에 필요한 것들을 섭취하자. 그리고 먹는 양은 줄여나가자. 살만 안 쪄도 최소한의 방어는 가능하다. 나이 들어서도 운동으로 꾸준히 몸매 관리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솔직히 그건 나도 자신 없다. 하지만 적어도 스트레칭과 걷기 정도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이자. 나이 들수록 유연성과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세에 신경을 쓰자. 몸매와 별개로 자세가 바르면 보기에 좋고 당당해 보인다. 자세를 위해서 그리고 순환을 위해서 복부와 엉덩이를 단련하는 코어 운동도 곁들이면 좋다. 하루에 플랭크 30~60초 만으로도 꽤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외모를 관리하자. 타고난 생김새를 젊게 유지하자는 말이 아니다. 무조건 예쁘게 꾸미자는 얘기도 아니다. 나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옷차림에 관심을 갖자깨끗하고 단정한 외모를 유지하자. 프랑스 여성들을 보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들도 슈트를 입거나 스커트를 입는다. 또 블라우스에 스카프를 하는 등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한다. 우리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살이 좀 쪘다고 스타일을 포기하지 말자. 그러면서 내 주름과 살살 친해지자. 주름이 덜 생기면 좋겠지만 어차피 생길 주름이라면 웃는 표정의 주름으로는 내가 만들 수 있다. 인상 쓰는 미간 주름보다 눈꼬리 주름이 더 보기 좋게 느끼는 건 다들 비슷할 것이다. 웃으며 밝은 표정으로 지내는 것도 외모 관리다.     


요새는 “나잇값”이란 표현을 잘 못 들어본 듯하다. 나잇값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사고라고 생각하는 듯도 하다. 그러나 나잇값을 한다는 게 젊게 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잇값은 좀 다르다. ‘40대는 이래야 한다.’ ‘50대는 이래야 한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내 나이만큼의 세월 동안 쌓인 경험으로 다듬어진 삶의 무게감그것이 나잇값이다수많은 시행착오와 성공 실패로 만들어진 내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그게 내가 생각하는 나잇값이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마흔이 넘어서는 내가 몇 살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아직 마흔하나 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마흔둘이 되어 버린 식이다. 일부러 나이 먹기 싫어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상징적 나이 “마흔”이 지나자 그냥 ‘난 중년이다.’ 이런 생각이 되어 버린 듯하다. 나이의 경계는 불분명해졌지만 한 해, 한 달을 살아가는 방식은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시간이 유한하다고 느껴지는 탓일 수도 있다. 더 이상 젊지 않다고 인정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어떤 가치관과 시각으로 바라보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외적인 모습도 큰 영향을 받는다결국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나이로 살게 되는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자기 실제 나이보다 젊다고 느끼고 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오래 살고 노화도 느리다고 한다. 우리는 나이 먹기 유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마흔은 내가 살고 있는 마흔과 다르다. 이미 주위엔 숫자에 치우치지 않고 자기만의 삶의 속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마흔을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말자나이 들어갈 내 모습을 설계하는 시점으로 생각하자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준비하는 시기 말이다.     


30대쯤 친한 언니들과 여행을 갔다가 나이 듦에 관해서 얘기한 적이 있다. “난 나이 들어도 우아하고 섹시하고 싶어~” 내가 말했다. 그 소리를 들은 언니 한 명이 말했다. “그게 어떻게 동시에 되니~?!” “뭐, 나 하기 나름이지~” 그땐 젊어서 섹시함이 좋아 보였던 듯하다. 지금은 “섹시함”이 “사랑스러움”으로 바뀌었다. 사랑스러움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이 없다. 자신과 감정에 솔직하고 여유 있는 웃음을 지을 줄 아는 것뭔가 새로운 경험에 놀랄 줄 아는 사람 그런 점들이 내가 되고 싶은 사랑스러움이다     


나는 곱게 늙고 싶다. “멋지게”, “예쁘게” 가 아닌 내가 선택한 건 “곱게”이다. “편안한 아름다움” 그게 내가 느끼는 고운 느낌이다.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얼굴과 몸매는 이제 더 이상 절대적이거나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외모는 절대로 인성과 태도를 앞지르지 못한다. 모든 약점을 가려주던 찬란한 젊음은 점점 옅어져 간다그때야말로 꾸준히 연마해 온 강함과 우아함이 조용히 힘을 드러낼 것이다그렇게 잘 나이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고운 마음을 가지고 고운 말씨를 쓰고 고운 표정을 지으며 나이 들자. 그렇게 고운 중년, 고운 노년을 맞이할 내 모습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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