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든 건강해야 뭐든 하고 싶어 진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건강에 관심이 커진다. 어느 새부턴가 친구들끼리의 덕담도 “우리 건강하자!”라고 바뀌어 버렸다. 어린 시절, 젊은 시절엔 건강을 신경 쓸 이유가 별로 없었다. 그땐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아직 충만해서 신경 쓰지 않고 살아도 건강했다. 혹시 아프더라도 금방 나았고, 몸이 좀 힘들어도 하루 정도만 쉬어주면 다시 쌩쌩했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오면 나도 모르게 ‘나이 드니 예전 같지 않네….’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예전보다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소화력도 떨어지고 살도 잘 찐다. 하루 자고 나면 1~2킬로 빠져있던 살들이 이젠 작정하고 굶어도 변화가 잘 없다. 그러다 보면 건강에 관심이 생긴다. 혹시 면역력이 떨어져 잔병이 이어지면 ‘나 무슨 병 있나.?’하는 걱정도 생긴다.
나도 그랬다. 특별히 건강 체질은 아니고 비염 정도는 달고 살았지만 매년 한 번 정도 몸살이면 별일 없이 잘 살아왔다. 게다가 마른 편에 입도 짧아서 난 살이 안 찌는 체질인 줄 알았다. 그러니 더더욱 운동에는 관심도 없었고 땀 흘리는 것도 싫어했다. 그러다 건강에 관심이 생긴 건 30대 중반쯤 체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약속으로 12시를 넘겨 놀고 집에 들어가면 다음 날 하루 종일 피곤했다. 그게 주초가 되면 거의 그 주는 컨디션이 망가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평소에 관심만 있었지, 시도해보지 못한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주 3회 수영장을 다니면서 영법을 배우고 자유 수영을 다니며 확실히 체력이 살아남을 느꼈다. 뭔가 활력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그게 시작이다. 나의 건강에 관한 관심과 행동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젊을 때는 건강하고 운동을 좋아하면 그냥 건강한 사람이다. 그 사람의 특징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 건강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나이보다 젊은 사람이다. 또래보다 플러스 요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노화를 인지하고 속도를 제어하며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은 “이점”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된다. 갈수록 건강이 생존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굳이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난 아버지가 암 투병을 하셨고,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신 걸 경험했다. 그래서 더더욱 사는 동안 건강한 몸과 맘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함을 안다.
젊을 때는 정신력으로 체력을 커버할 수 있다. 피곤해도 버틸 수 있고, 악착같이 더 놀 수 있고 술도 더 마실 수 있다. 그리고 금방 회복된다. 에너지가 충만한 정신력이 “괜찮아” 이런 자기 암시를 강하게 걸 수 있다고나 할까.? 그러나 나이가 들면 체력으로 정신력을 끌고 나가야 한다. 체력이 없으면, 나아가 건강하지 않으면 정신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현대인이 많이 걸린다는 만성 피로 증상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일상생활 자체가 항상 피곤함의 연속이다. 이런 경우에 미래를 생각해 어떤 것을 계획하고 행동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나의 건강에 대한 관점도 저렇게 바뀌었다. 처음 수영을 배울 때 피곤하지 않기 위해, 병나지 않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게 많기에 건강해야만 한다. 올해 초였나 이것저것 계획을 짜고 ‘내일부터 시작이야~!’ 라며 의욕이 부풀어있던 날이 있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 목이 아파져 오더니 열이 났다. 인후염이었던 것 같은데 약간의 근육통도 동반되면서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 그때 얼마나 아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모든 의욕이 한 번에 사라졌던 건 뚜렷이 기억한다. 나의 희망찬 계획과 의욕이 하루 만에 꺾여버린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아! 무조건 건강해야겠다.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겠구나….’ 하고, 건강해야 할 확실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좀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자. 나는 40대 싱글녀이다. 앞으로 연애를 할 수도 결혼을 할 수도 있겠지만 계속 혼자일 가능성도 있다. 난 이 가능성을 외면하지 않고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미리 삶을 준비할 수 있다. 결국 나는 내가 챙겨야만 한다. 물론 가족, 친구, 애인이 나를 챙겨줄 수도 있지만 그들은 나를 챙겨야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항상 나를 챙겨줄 수도 없다. 내가 나를 챙겨야 하는 관점에서 볼 때, 아프게 되면 너무 곤란하다. 아프면 힘들고, 귀찮고, 불편하다. 내가 안다. 병원도 알아서 가야 하고, 약도 밥도 스스로 챙겨 먹어야 하고, 생계를 놓을 수 없으니 힘들어도 일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건강하면 고려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우린 이제 아프면 회복력도 느린 나이라 불편한 시간만 길어질 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나 자신을 위해서 건강해야 한다.
건강을 강조한다고 해서 건강에 강박적으로 될 필요는 없다. 아플까 봐 걱정하고 좋다는 걸 다 챙겨 먹으려 하고 그런 과한 조치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건강하려는 마음은 결국 나에 대한 애정이고 관심이다. 소중한 내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맘이 중요하다. 난 내가 나란 자녀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나를 챙기려고 한다. 만약 내가 엄마라면 내 자식의 건강을 위해 귀찮거나 힘들다고 대충 하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 몸이 건강해지면 자연스레 의욕이 생기기 마련이다. 에너지가 충만하기에 일상을 잘 버텨내고 좋은 기분도 유지할 수 있다. 상황이나 사람에 대한 맘의 여유도 조금은 더 생기게 된다. 행복하게 살려고 건강을 신경 쓰지만 건강하면 행복해지기 쉽다.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한 습관들을 만들고 지켜야 한다. 먹는 것, 자는 것, 움직이는 것, 생각하는 것 등 하나씩 천천히 찾아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해 잘 관찰하면서 습관을 정해야 한다. 무조건 의사들이 좋다고 하거나, 건강한 친구들이 얘기해 주는 방법이 나에게도 잘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내가 그들처럼 그 습관을 잘 가져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수면시간, 운동패턴, 식단 이런 것들을 건강한 방법들을 공부하면서 나에게 맞는 정도를 찾아야 한다.
40대의 삶을 생각하며 마음가짐, 경제력, 일, 인간관계 등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있다. 그 모든 것 중에 최우선순위는 무조건 건강이다. 건강이 전제가 돼야 위에 모든 것들이 가능해지고 평안해질 수 있다. 40년의 삶을 돌아보는 이 시점에서 삶의 우선순위를 재배치하도록 하자.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40년 이상의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건강한 습관들을 만들어 나가자. 여자인 우리는 아마 십 년 정도의 세월이면 폐경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폐경은 그 자체로 몸과 맘이 힘든 시기라고 한다. 그전에 건강한 몸과 더불어 단단한 맘을 갖추고 있다면, 다가올 그 시기를 조금은 덜 힘들게 또 의연하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이제 건강해야 할 이유를 찾았다. 내가 그리는 나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건강해야만 한다. 내가 찾은 이유이기에 동기가 분명하고 혹시 방심해서 해이해져도 금방 돌아오게 된다. 건강 유지를 위한 주요 방법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생활 방식을 지키는 것이다. 내 건강 습관들은 너무 힘들지도 어렵지도 않다. 난 인간의 의지가 그리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만의 건강 습관은 내가 꾸준히 지켜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하자. 그것이면 된다. 나와 같은 40대 친구들도 자신만의 건강해야 할 이유를 찾길 바란다. 남이 말하는 ‘건강해야 해~’가 아닌 내가 정한 나만의 이유 말이다. 그 이유가 나를 50대, 60대가 돼도 건강하게 살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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