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한국인과 한인 2세 사이의 거리감은 우리 모두에게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 우리가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다름을 이해하며 함께 협력한다면, 더 큰 성공과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고, 함께 나아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 속에서 조화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세계 무대에서 진정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한인 2세와 한국인의 거리 솔직하게 말하자.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미국에서 자란 한인 2세를 한국인으로 100% 인정하지 않는다. 한인 2세가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미 한인 2세 스티븐 연(Steven Yeun)이나 켄 정(Ken Jeong)만 보더라도 김윤진, 싸이, BTS만큼 인정받지 못한다.
한국인이라면 법적으로 한국인이어야 하고, 무엇보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맞는 이야기다. 미국 국적의 한국인이면 미국인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말도 못 하고 한국의 문화와 정서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과연 부모가 한국 사람이라 한들 우리 다 같은 한국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난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면 유독 우리가 그 선을 굵게 긋는 것 같다.
미국 내의 민족적 연대 미국에서 살다 보면 나이를 먹을수록 같은 민족끼리 뭉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대인은 유대인끼리, 인도인은 인도인끼리, 중국인은 중국인끼리 등 말이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자신들의 바운더리를 확장해 나간다. 그런데 한국인은 토종 한국인과 한인 2세로 분명하게 나뉜다.
그 사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물론 토종 한국인도 한인 2세와 잘 지낼 수 있겠지. 그런데 내가 직접 겪어본 한인 사회에서는 이 둘은 물과 기름 같다. 당장 섞이는 것 같다가도 결국 섞이지 못한다.
토종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민족주의(Nationalism) 성향이 강하다. 그리고 그 선을 분명히 한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건가? 일본만 보더라도 아무리 다문화가 팽배하고 혼혈인이 많아져도 우리랑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거리감과 정체성의 혼란 토종 한국인이 자신도 모르게 또는 자연스럽게 한인 2세와 거리를 두는 만큼 한인 2세도 토종 한국인을 밀어내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서로 간의 언어장벽과 문화장벽이 있기 때문이지만, 정(情)이 많은 한국인으로서 그 장벽을 허물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한인 2세들은 미국인으로 태어나고 자라서 머리가 클 때쯤 정체성의 혼란이 온다. 대개 교포들이 한인 유학생이나 한국에서 막 이민 온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점인 것 같다. 또는 교포들이 한국 영화, 드라마, 예능을 자주 접하는 시기부터다. "우리 엄마 아빠도 한국 사람이고, 나도 한국 사람인데 그럼 나도 한국인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난 한국말을 잘 못하는데 괜찮을까?"
그러다 토종 한국인과 지내면서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과 냉담한 반응에 곧 자신의 정체성을 미국인으로 확립해 버린다. 그리고 이런 마인드가 하나둘 한인 2세들의 마음속에 깊게 박힌다.
상호 배척과 무시 한인 2세들은 자신들이 한국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에 토종 한국인을 배척하기 시작한다. "미국에 왔으면 영어를 잘해야지? 왜 이렇게 어버버버해?" "왜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끼리만 어울리지?" 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사실 생각해 보면 서로 이렇게 '무시'하고 사는데 문제는 없다.
미국이란 나라가 상당히 다인종 문화고 개인주의가 심해서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상관없다. 그 누구도 딱히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는다. 토종 한국인은 나중에 한국에 돌아올 생각을 갖고 있고, 미국에서 뿌리를 내린 들 한인 사회가 잘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토종 한국인끼리 똘똘 뭉치면 된다. 한인 2세도 자기들만의 사회가 있기 때문에 '굳이' 다가서지 않는다. 어렸을 적 친구부터 친인척과의 관계가 잘 이어져 있다.
긴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을 현실 이 불편한 사실은 길고 긴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너는 너, 나는 나. 멀리 보면 민족적 손해이지 않을까? 한국도 해외 유능한 인재가 필요하다. 미국에는 뛰어난 한인 2세들이 많다. 학교에서 공부 머리로는 탑이다. 월가, 실리콘 밸리 등 미국 사회 다방면으로 진출해 있다. 만약 국내에 해외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면 차라리 한인 동포가 낫지 않을까?
한국인의 위상과 리더십 미국에도 많은 토종 한국인이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 사람들이 새로운 직장과 삶의 터전으로 미국을 선택할 것 같다. 우리가 세계적으로 더 인정받고 대우를 받으려면 한국인의 위상이 높아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미국 같은 강대국에 한국인 리더가 많이 탄생해야 한다.
Google, MS, Pepsi 등 글로벌 기업에 수많은 인도인 CEO가 탄생한 것처럼, 미국 대통령 선거에 라틴계와 흑인이 나오는 것처럼, 유대인이 할리우드를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그런데 토종 한국인은 미국 사회에서 우뚝 서기가 정말 어렵다. 한인 2세도 마찬가지다. 일단 기본적으로 서로 끌어주고 밀어줄 수 있는 동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같은 한인들조차 도와주지 않는데 인도인이 대신 도와줄 것이며 중국인이 도와줄 것인가? 어떻게 보면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