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참 고민되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것도 일장일단이 있다. 장점은 현지에 빠르게 적응한다. 이때는 외국 아이들이 머리가 덜 큰 시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리낌 없이 어울려 놀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영어를 빨리 터득하게 된다.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중학교에 입학하면 학교 생활에 금세 적응한다. 친구가 친구를 사귀어 자신의 친구가 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인기 그룹 또는 비인기 그룹 상관없이 자유로운 학교 생활이 가능해진다.
여담으로 인기 그룹에 속하면 학교를 다니며 만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만 학업에 소홀해질 수 있다. 비인기 그룹은 비인기 그룹대로 아쉬운 점이 있지만 친한 친구들 여럿 있으면 솔직히 문제 될 건 없다. 인기 그룹에 속하면서 공부도 잘하는 친구들이 친구들 사이에서는 '스타'인데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모두에게 부러움을 사긴 한다.
그렇다고 이 친구들이 다 잘 풀리느냐는 또 아닌 것 같고 다 알아서 하기 나름인 것 같다. 대기만성형 사람도 많으니까.
나하고 친하게 지내던 한인 친구는 초등학교 1년을 다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알고 지내던 백인 친구들이 있었다. 확실히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알았던 게 좋아 보였다.
백인이 많은 동네는 백인 친구를 알고 모르는 게 차이가 크다. 본인의 경우, 중학교 1학년부터 현지에서 학교를 다녀서 친구 사귀기가 너무 어려웠다.
언어와 문화 장벽이 허물기 전이기 때문에 두루두루 친구들과 사귀기가 너무 어려웠고, 학교에 적응할 시기에는 다른 친구들은 이미 자신의 이너서클을 만들어 둔 상태라 끼기가 쉽지 않았다.
한인 친구와 베스트 프렌드가 되면서 한인 친구의 친구들과도 자연스레 접점이 생기곤 했지만 확실히 벽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내가 언어가 부족한 것도 한몫했지만 친구의 친구는 확실히 나의 친구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벽은 끝내 허물지 못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항상 겉도는 느낌을 가졌고, 한인 친구의 친구들은 딱 그 상태로 나는 나대로 새로 친구를 사귀게 됐다.
만약에 내가 언어가 유창하고 성격이 더 활발했다면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글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초등학교 1년을 다니는 게 좋은 선택인 것 같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6학년이면 미국에서는 중학교 1학년인데 학년을 바로 이어서 다니기보다 1년을 꿀더라도 멀리 생각하면 이득이다.
그러다 아이가 욕심이 있고 공부를 잘하면 고등학교 때 충분히 그 시간을 만회할 기회가 있다. 남들보다 1년 더 빨리 졸업해서 대학교 진학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초5면 미국에서 공부해도 한국어를 잊기가 쉽지 않고 영어도 친구들과 놀면서 빨리 터득할 수 있달까?
내 생각에 이 시기면 딱히 단점은 없는 것 같다. 이보다 더 일찍 미국으로 건너오면 곧 한국어를 까먹고 소위 한인 2세처럼 영어가 더 편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영어를 쓰다 보니 한국어를 까먹기 쉽고 그러다 보면 부모와의 대화가 단절되기 일쑤다. 한국인인데 영어가 더 편해지면 언젠가 반드시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한국 문화와 정서에 관심을 기울이느냐 아니면 한쪽을 포기하고 미국 문화에 완전히 녹아들어 교포처럼 살아가느냐.
현지 적응은 둘째치고 어쨌든 영어를 터득하기 좋은 시기는 중학교 때까지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 미국에 유학을 가면 결코 유창하게 영어를 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영어 발음도 문제고, 언어와 문화 장벽을 넘어서기가 상당히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학업 쫓아가랴 적응하랴 사춘기도 찾아 오지 난리부르스다.
영어 발음이 뭐가 문제겠냐? 모르는 말씀. 미국 사람들 발음으로 엄청 놀린다. 내가 철판 깔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면 괜찮을 수 있지만 글쎄 사춘기 때 누군가의 조롱거리가 된다면 트라우마로 남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