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을 고민하는 부모들
낯선 땅에서 자란 감사와 원망,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
부모의 선택에 의해 외딴섬에 방출된 아이들. 나의 과거를 돌아봤을 때 날 낯선 땅에 방치(?)한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당신도 모든 게 처음이어서 몰랐다고 미안해하던 고백에 슬퍼진 기억이 있다. 나의 감정은 곧 원망에서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됐고, 이 추억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큰 자양분이 되었다. 고생한 만큼 얻는 것도 있었지만 진짜 마음고생 많이 했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 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하나씩, 조금씩 나의 경험담이 당신과 당신의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근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무튼 미국에 아이를 보낸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실로 엄청난 일이다. 우리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세계 최강국에서 공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건 꿈같은 일이지만 부모와 아이에게 무지막지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 보낸다고 자식이 다 잘 풀리던가? 미국에서 공부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나? 영어라도 잘하면 이득이다라는 생각에 공감을 하면서도 그건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2000년대 초반. 우리 부모들도 별다른 생각 없이 이민 붐에 휩쓸려 이민하고 유학을 보냈기 때문에 그래서 가능한 일이었을 것 같다.
요즘 같이 정보가 많이 공유되고 이제는 알만큼 아는 시대에서는 쉽사리 미국에 이민을 하거나 유학을 보내지 못할 것 같다. 부모 입장에서 참 고민이 많겠다.
사실 이게 맞다. 우리 부모님도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한다고 하신다. 당시에는 무모했고, 젊었고, 무언가에 홀린 듯 해치웠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하신다. 지금은 누가 미국에 간다고 하면 뜯어말리신다.
부모가 한국에 남아서 아이를 유학 보내면 아이는 사실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아무 일도 없으면 축복이다. 근데 따지고 보면 미국이 얼마나 위험한 나라인지 알지 않나? 그렇다고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가기엔 본인들의 인생을 희생해야 하는데 말이 쉽지. 엄마만 아이들과 떠나는 것도 못할 짓이다.
생각해 보면 완벽한 '답안지'는 없다. 모두가 다 희생을 하게 되어 있다. 누가 더 희생을 하느냐의 문제지만 아무래도 부모가 더 힘들겠지. 자식이 무엇을 얻을 동안에 부모는 무엇을 잃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근데 경험상 그나마 괜찮은 답안지를 고르라면 나의 전 여자 친구의 케이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전 여자 친구와 오빠만 미국 사립학교를 다니고 방학 때면 한국에 돌아왔다고 한다.
미국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다 누리고 한국에 자주 왔기 때문에 이중 언어에 문제없었고 부모와 자식도 자기 위치에서 할 일 하면서 잘 보낸 것 같았다. 아이들은 방학 때 한국에 와서 학원을 다니면 현지 생활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문제는 돈이다. 학비와 생활비가 어마어마하다. 근데 돈 있는 집안은 대게 이러지 않을까 싶다. 돈이 없는 집안은 부모가 희생하겠지. 부모가 한국에 남아 있고 자식들을 누군가에게 위탁해서 공립학교로 보내는 건 솔직히 반대한다. 미국 공립학교는 실로 야생이다. 본인이 알아서 할 게 너무 많다.
부모들은 얼마나 머리가 터질까? 얼마나 걱정이 많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종의 '족보' 또는 '성공 가이드' 같은 게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모두가 처한 상황과 선택사항이 다르기도 하고 다들 나름 철저한 계산을 하고 행동을 옮기겠지만 무엇을 시작했던 결과는 담대히 받아들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