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교에서 눈에 띄던 친구들
말 잘하는 친구들의 주도권
미국 4년제 대학교를 졸업했다. 학교에는 흑인, 백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학우들이 많았는데 한마디로 '짬뽕'이었달까.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렇다고 나의 인생에 큰 도움을 줬다고는 말 못 하겠다.
솔직히 대단한 것도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해외여행, 여학연수, 워킹홀리데이를 짧게만 다녀와도 유익한 "Multicultural"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녔다고 뭐가 그렇게 특별할까.
학교를 다닌 시절을 잠시 되돌아보니 기억나는 친구들이 있다. 나하고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수업 때마다 눈에 띄던 친구들이다. 수업 시간에 질문을 많이 한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질문이 굉장히 뇌를 자극하게 만드는 좋은 질문이었다.
교수가 "That's a good question!"이라고 종종 말하는데 본인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누가 단순히 질문만 많이 하면 싫어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There is no stupid question"이라는 주의가 강하지만 그래도 그것도 한두 번이다. 알게 모르게 수군 데며 눈치 준다.
근데 '좋은' 질문을 많이 하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 질문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질문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미국 기자들이 대중을 대표해서 질문을 할 때 보면 대게 서론이 장황하다. 그리고 잘 들어보면 본 질문 전 '빌드업'이 상당히 좋다. 학창 시절부터 질문 습관을 들여온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번은 수백 명이 청강하는 수업에서 자주 질문을 하던 백인 친구와 토론 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역시나 토론 수업에서도 돋보였는데 TA(Teaching Assistant)가 앞으로 자신의 꿈은 무엇인지 물어봤었나?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이야기하다 이 친구가 아버지처럼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고 하는 말을 듣고 뭔가 역시...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글쎄, 그렇게 특별한 점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가정에서 어릴 적부터 부모 형제와 토론하는 문화가 자연스러운 미국 친구들이 말을 잘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된달까?
학교를 다니다 보면 말주변이 좋은 미국 친구들에게 압도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보통 똑똑하다고 생각되는 친구들은 대게 말을 잘하는 친구들이었다.
재밌는 사실은 말을 잘하는 친구들이 대체로 학교 성적도 좋았던 것 같다. 알다시피 말로 내뱉어야 생각이 정리되고 기억에도 잘 남는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토론 수업에서도 말 잘하는 친구들의 주도로 수업이 흘러갔기 때문에 자신이 주도한 학습은 당연히 본인한테 가장 이득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