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같이 있는게 불편하지?

by 파뿌리씨
6 Signs Someone Might Really Be Cheating And You're Not Actually Just Paranoid.jfif

출처-핀터레스트-



출근을 하지 않으니 평소보다 신랑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지고 있다. 원래 출근을 하는 상황에서는 아침 8시 쯤에 헤어져 저녁 5시쯤 혹은 6시쯤 만났는데.

지금은 아침 8시쯤 '빠빠이" 했다가 오후 2~3시쯤 다시 보게되는 일상으로 바뀌었다.


신랑은 자영업이라 퇴근시간이 정해져있지 않다.나의 출퇴근 시간이 아침에 헤어지고 저녁에 만나는 시간이였는데 이젠 내가 거의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 신랑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우리가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된 것이다.


근데..

이런 패턴이 불편하다.

그 이유는 먼저

1. 식사(집안일)의 문제: 출근을 하던 상황에서는 신랑이 혼자 먼저 집에 퇴근을 하면 스스로 밥을 챙겨먹었는데 이제는 소위 '마누라'인 내가 집에 있으니 내가 식사를 차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50이 넘으니 솔직히 이제 집안일이 너무 하기 싫다.

물론 그동안도 '일 한다는 핑계'로 집안일을 목숨걸고 하지는 않았다. 대충 더러우면 치우고 혹은 역할분담을 하거나 혹은 다른 식구들이 눈치라는 것이 장착되면 그들이 눈치껏 하거나 이렇게 하면서 살아왔는데.....

집에 있으니 이게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집에 있으니 내가 조금 더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집에 있으니 국이라도 끓여두어야 하지 않을까?

집에 있으니 청소라도 해둬야 하지 않을까?

집에 있으니 설겆이는 내가 해야 하지 않을까?.........


집에 있으니? 라는 병에 걸린것이다.

그리고 [나의 강한 자아]와 [집에 있으니까?] 그 병이 서로 대립을 하게 되었단 말이다.

3월중순까지는 '집에 있으니?'병이 우세였다. 그냥 내가 해야 하는 거 같아서 별 불만없이 했던 거 같다.

3월후반이 되어가니 나의 자아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문제다.


얼마 전

"여보 너무 손 하나 까딱 안하는거 아냐? 안되겠어. 설겆이 당번을 정하자."

"그래, 하루는 당신이 하고 하루는 식세기가 하고 하루는 당신이 하고 하루는 식세기가 하고 그렇게 하면 되겠네?

말이야..방구야..


2.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싸운다: 아무래도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대화 아닌 대화를 하게 된다. 대화 아닌 대화를 하다보니 의견충돌이 자주 일어난다.

우린 성향이 많이 다른 부부다. 물론 대부분의 부부들이 성향이 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개그콘서트에 나가도 될 만큼 웃긴 부부라는 소리도 듣고 살았는데.. 물론 잉꼬부부라 그런건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 누군가는 한명이 져주었겠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내가 한발 물러서든 신랑이 한발 물러서든 그러면서 25여년의 세월을 보냈으리라 생각한다.)

근데 그 다름이 같이 있으니 부딪힌다..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선배선생님께서

"난 우리 신랑하고 다 맞는데 정치적인 성향이 안 맞아서 못살겠다. " 라고 이야기 하시길래

"전 우리 신랑하고 다 안맞는데 정지척인 성향이 맞아서 살고 있어요." 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각자 처해진 상황이 달라서 그런지(자영업vs공무원) 정치적 성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표현을 하자면 과격진보vs보수진보라고 할까?

암튼 맞았다고 생각했던 정치성향도 달라졌으니 우리 부부가 맞는게 무엇이 있을까?

그냥 25여년의 세월이 던져주고간 포기? 배려? 편안함? 안정?

아무래도 24시간 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나뿐만 아니라 신랑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안 보고 싶은것도 조금 더 봐야 하고

안 봐야 하는것도 조금 더 봐야 하고

하고 싶지 않지만 상대방을 어쩔 수 없이 더 챙겨줘야 하고

서로에게 당신이 이러니 이렇게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이런것들이 늘어나니.....

30여일이 한계인 듯 하다.

둘 다 으르렁 대고 있다.

말 한 마디에 쳐다보는 눈빛이 다르고

말 한 마디에 대응하는 말투가 달라지고

말 한 마디에 인상이 달라지고

말 한 마디에 집 안 공기가 달라진다.



신혼으로 되돌아 간 거 같다.(우린 50대 초반의 부부이다.)

이건 아닌데?

이럴려고 학습연구년제 신청한 거 아닌데?



2024.3월 하순의 어느 하루.


오늘 황사가 너무 심해서 아침걷기를 대신하여 실내자전거를 한 시간 타고 골프 연습을 하고 왔더니

오 마이 갓~ 주차장에 벌써 차가 있다.(12시 30분)

'집에 먹을 것도 없는 데 뭐 하나 시켜먹어야지' 하고 들어왔는데 집에 오니 '김밥을 사오라는 톡을 보냈다고 왜 안봤냐'고 하는 것이다. [절대 외출금지]라는 미세미세 님의 명령도 있고 오랜만에 실내자전거를 탔더니 다리가 너무 아프기도 하고 해서 '김밥을 사러 못가겠다. 초밥 시켜먹자'고 했더니

싫단다. .그냥 라면 먹겠다고 그런다.

아..살짝 삐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말투가 달라진다.

말이 점점 줄어든다.

정적이 한참 흐른다.

아..개불편.



이런 정적이 싫어 나는 낮잠이나 자야겠다 하고 아들방에 와 있고 신랑은 세라젬한다고 또 하나의 방에 들어가버리고..

왜 같이 있는게 불편하지?



차라리 일을 하는게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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