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대학 첫 M.T를 갔다.
아들은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3월에 대학입학을 했다. 생기가 가득 찬 대학생활은 개뿔... 방구석 컴퓨터에 앉아서 컴퓨터를 보며 신입생 O.T를 받고 대학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대학 동기 얼굴도 대학교수 얼굴도 다 Zoom으로 확인했으니.... 뭔 낭만이 있었겠나....
신입생들이 선배들한테 받았을 귀여움. 싱그러움. 질투 대신 동정심을 받았으리라...
나 조차도 방구석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한 아들이 엄청 가여워 보였다.
그러다 1학기 마치고 군입대.
2022년 2학기 1학년으로 복학.. 오프라인 첫 대학생활을 복학생 아저씨로 시작하게 되었다.
1학년 신입생은 푸릇푸릇 밤톨 같아야 하는데...
벌써 복학생 아저씨 혹은 복학생 오빠야라니...
내가 옆에서 봐도 정말 재미없는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눈 뜨면 학교 갔다가 수업 마치면 바로 집으로 하교. 고등학생과 다를 바 무엇?
또한 학교가 조금 멀어 운전을 하고 다녀서였을까?
과 동기들과 한잔 먹고 취한다든지.. 수업 째고 낮술을 먹거나 놀러를 가든지 하는 일탈은 전혀 없었다.
이게 뭐람?
본인이 감당가능한 선 안에서 저지르는 일탈이(물론 법을 어기는 그런 일탈은 제외) 얼마나 재미있는데?????? 그걸 모른 채 대학생활을 한다고?
"아들, M.T 같은 거 안 가?"
"네. 재미없어요."
"아들, 친구들과 한 잔씩 안 해?"
"대리비 아까워요. 후배 집에서 술 먹고 자는 것도 싫어요."
"아들, 학교에 마음에 드는 여학생 없어?"
"엄마, 공대 여학생들은 여자가 아니에요. 걔네들도 나보고 형이라 불러요."
한편으론 아들한테 문제가 있나? 사회성이 떨어지나?
(그럴 리가. 한 땐 친구가 너무 많아서 문제였는데.)
군대가 아들을 배렸을까?
아니면 내가 아들을 잘 못 키웠을까?
나를 셀프점검하기도...ㅠ
그런 대학생활을 2학년까지 마치고 아들은 학교를 업그레이드하여 편입을 하게 되었다. 조금 더 집에서 가까워졌고 조금 더 네임드가 생긴..
그래서일까?
버스를 타고 다녀서인지 과 동기들과 밥도 먹고 오고 술도 한 잔씩하고 그런다.
전체 과 회식도 가더니 얼큰하게 취해서 와서는 거실에 대자로 누워 후배 여학생들이 자기 인스타 주소 다 알아갔다고 자랑 아닌 자랑질을 하기도....
낮술도 한 잔 먹고 와서는 맛있다고 난리...
'야 인마. 낮술이 올매나 맛있는데?'
그런 아들이 3학년이 되어서야 오늘 첫 M.T를 갔다.
비가 보슬보슬 내려서 활동하기에는 다소 불편하겠지만.. 얼마나 재미있을까?
좋은 봄날. 깔깔. 하하.
다 같이 끼니를 준비하고 저녁에는 거국적으로 한잔씩 할 테고
그러다
누군가는 마시다 울기도 하겠고
누군가는 마시다 지쳐 쓰러질 테고
누군가는 그걸 정리를 할 테고
누군가는 폭탄 발언 같은 걸 할 테고
누군가는 지켜보며 즐길 테고
물론 정해진 대학생활이란 건 없지만...
나름 나의 머릿속 정의에 가까운 대학생활을 이제야 하는 거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출근을 했었더라면 아침에 '잘 갔다 와'라고만 했을 텐데
내가 집에 있기도 하고
비도 오고 해서
차로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런 경험도 처음이니...
"아들, 첫 M.T이니 재미나게... 다만 네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선 안에서 충분히 즐기고 와"
그러면서 숙취해소제를 챙겨주는 나... 쫌 멋있네.ㅋ
아들 데려다주고 오면서 이런 것도 해 봐야지... 하면서
비 오는 평일 오전..
카페에 앉아 있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