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은 아무나 할 일이 아니네-2-

3일 천하

by 파뿌리씨

수술하시기 전 날이고 아직 주삿바늘도 꽂질 않으셨으니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으리라는 스스로의 위안 아니 위안으로 집에 나는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병원에 도착해서 9시 수술 들어가시는 거 보고 아버지랑 같이 기다렸다가 약 2시간 후 나오신 엄마를 보니 '역시 수술은 할 게 못되구나' .............

원래는 부분마취를 하길 원하셨으나 막상 엄마는 맨 정신으로 수술실에 들어가 보니 겁이 너무 나셨나 보다.

마취의 선생님께 '제발 재워달라고 ' 하셨다 하니..

상반신 마취라도 일단 마취이니. 일단 산소포화도 수치가 적정이상 넘어야 하고 잠을 재우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산소포화도는 99가 나와야 한다는데..

회복실에서 병실로 올라온 후 산소포화도는 91.

간호사께서 자꾸 숨을 크게 쉬라고 한다.

"엄마. 엄마. 숨을 크게 들어마셨다가 내셔야 해요."

근데 마취 탓인지 자꾸 눈이 감기시나 보다. 자꾸 주무시려고 하니 이거 낭패다.


"엄마. 엄마. 자면 안 돼요."

"엄마, 엄마, 숨 크게 쉬셔요"


보다 못한 간호사는 산소포화도 95 찍는 거 보고

나에게 "할머니 재우시면 안 돼요."라고 하시곤 가버렸다.


너무 주무시려고 해서 신랑한테도 전화 걸어서 엄마랑 통화도 시켜주고 수술실 들어가서 있었던 일 이야기 해보시라고 하니 다행히 요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하신다. 너무 무서워서 '제발 재워달라고..' 이야기했다는 이야기도 하시고 마취되는 과정에서 느낀 것도 이야기하시고.

적어도 2시간 이상 깨어있어야 한다고 하니 계속 대화하거나 찬 물을 마시게 하거나(상반신 마취라 수술 후 식사도 ok. 물도 ok )... 간혹 재는 산소포화도는 여전히 95를 넘기질 못한다. 원래 이렇게 산소포화도가 잘 안 올라가나 싶어서 내 워치로 나의 산소포화도를 재니 100이 나온다.

'아.. 100이 나와야 하는구나.'


"엄마. 숨 크게 들어마시고 크게 내쉬세요!!!!!!!!!!"


또한 평소 엄마는 잠을 잘 못 주무신다.

보통 수면 시간이 잘 주무셨다고 하면 4시간..

아니면 2~3시간 여정도 밖에 못 주무시니 항상 '잠'이 안 와서 문제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쏟아지는 잠을 못 자게 하니 너무너무너무 잠이 아깝다고 하신다.

"자면 안 되냐고.... 이 아까운 잠을 자야 하는데...."


또한 수술로 인해 금식시간이 조금 길다 보니

"엄마. 제일 뭐 하고 싶어요?"라고 물으니

" 밥이 먹고 싶어."라고 하신다. 다행이다.


잠시 후 점심이 나오고

수술하신 어깨 쪽은 팔걸이를 하고 계셔서(하필 오른팔) 아예 사용이 불가능하고

왼팔을 이제 쓰셔야 하니 당연히 내가 반찬 같은 건 수저 위에 올려놓거나 입에 넣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기필코 왼손 쓰는 건 연습하셔야 한다고 본인이 드시겠다고 고집부리신다.

그런데 왼손도 의외로 잘 사용하시네.... 국도 떠 드시고 반찬도 잘라서 수저로 떠 드시거나 퍼 드시고....

그래서 그냥 쳐다보고만 있었다... 쩝....(딱히 할 게 없는 간병인....)


수술실에서 나온 지 2시간이 지나서 이제 주무셔도 된다고 하니

오후 내내 푹 주무신다. 어깨 통증도 덜하고 마취의 영향을 받아서 잠도 쏟아져오니

모처럼만에 꿀잠이신지 코도 골고 입으로 바람도 부시고..ㅎㅎ

그래서 오후 내내 난 아무것도 안 했다.(딱히 할 게 없는 간병인....)


그러다 화장실 가시고 싶어 하시길래..

옳다구나. 드디어 간병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 생겼네?라고 기쁜 맘으로 화장실로 안내했는데..

ㅋ 엄마한테 혼이 났다.

오른쪽에 어깨 보호대 왼쪽엔 링거줄 및 링거꽃이..

자꾸 엄마 발에 내가 끄는 링거꽂이가 걸린다... 마치 2인 3 각하는 거처럼... 꼬인다.. 꼬여..

"그것도 하나 못 끄나?"라고 하시며 그냥 집에 가란다..ㅋ

"아부지나 불러줘" (환자 맘에 안 드는 간병인.....)


그래도 그럴 수가 있나..


그런데 솔직히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왜냐면 나도 뭐 시킬 땐 아들보다 신랑이 훨씬 편하다.

아들은 무얼 시키면 맘에 안 드는 것도 있지만 솔직히 자식이니 덜 시키게 되는데

신랑은 일단 내 맘에 들게 해 주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주는 것도 있지만 내 자식이 아니라 남의 자식이니 쪼금 더 시키게 되는 경향도 없지 않으리라......^^;;


엄마도 그러셨으리라....

평생을 같이 산 아부지랑은 눈만 마주쳐도 엄마가 뭘 원하는지 아실터이니...

난 알아서 눈치껏 해주는 게 아니라 엄마가 뭘 시켜야만 그때서야 움직이니..

당연히 눈치껏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는 아버지가 훨씬 편하시리라..


그래도 그럴 수가 있나...


보호자 침대에서 12시까지 깨어있다가 계속 주무시는 엄마를 보고 1시쯤에야 잠을 청했다.

보호자 침대에서 처음 자본다. 무척 불편하다. 이리저리 뒤척이기도 힘들다.

'잠을 잘 수 있을까?'

'우리나라 병원은 환자 보호자에 대한 처우가 너무 불편하군...'

'이런 환경에서 긴 병원생활을 하는 보호자는 허리가 아작이 났겠군.'

'옆 침대 전문간병인 분은 잘 주무시는데 대단하다'

'이런 보호자 침대를 만든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을까? 한 번이라도 누워나 봤을까?'라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다 잠이 들었나 보다.

인기척에 눈을 떠 보니 아뿔싸.. 새벽에 엄마 혼자 화장실을 다녀오신 듯하다..

침대에 누우시려고 (지지할 만한 팔이 없으니 ) 끙끙대시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얼른 일어나 침대에 눕는 거 도와드리고 "왜 안 깨웠냐" 며 말하니

'그리 자는데 어찌 깨우냐' 하신다..(아무 도움이 안 되는 간병인.....)


결국 다음 날 아침 9시 아버지 오시자마자 난 병원에서 강제 퇴출 아닌 퇴출을.......


sticker sticker


이로써 3일 천하가 아닌 3일 간병인의 삶으로 끝나게 되었다.

겨우 화장실 안내 정도만 한 듯..하다.


보호자침대 탓인지 허리에 아주 강한 담이 들어 혼자 힘으론 눕지도 못하고 일어서지도 못하고 옆으로 돌아눕지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엄마보다 더한 환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신랑이 내 꼴을 보더니 혀를 쯧쯧 찬다....

난 한술 더 떠서 신랑한테 "당신 앞으로 아프면 난 간병 못하겠다. 전문 간병인 불러줄게"라고.....


아무튼

나이 50에 효도해야지..하고 시작한 간호는

환자.보호자. 어느 누구 하나 만족시키지 못하고 용두사미격으로 끝이 나버렸다.

이래도 되나......


항생제 주사로 인해 핏줄이 터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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