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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스 Oct 04. 2021

그놈의 MZ세대

그래서 그게 도대체 뭔가요


취준을 하며 자꾸 마주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MZ세대'. 자기소개서를 통해 활자로 만나기도 하고, 면접에서 간혹 말로 만나기도 한다. 처음 접할 때는 낯설기 그지없던 단어가,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하다. 


'MZ세대의 관점에서, 개선안을 말해본다면?'

'MZ세대는 왜 TV를 안 볼까요?'

'MZ세대는 그럼 뭘 좋아하나요 요즘?'


24살의 끝자락을 달리는 나는, 그들 눈에 비추어봤을 때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MZ세대다. <90년대생이 온다>가 돌풍을 일으킬 때, 사람들이 너도나도 90년대생을 이해해보겠다며 노력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앞으로 사회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MZ세대를 빠삭하게 이해해, 그들과의 상생을 꾀해보겠다는 기성세대의 야심 찬 포부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MZ세대는 80년대~90년대 중반까지의 M세대와 90년대 후반부터 00년대 초반까지의 Z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같은 나이여도 사람마다 생각과 생활양식이 다를 수 있는데, 약 20년에 걸쳐 다른 나이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한 집단으로 묶어 규정할 수 있을까. 80년대생과 90년대생은 다르고, 90년대생과 00년대생은 다르다. 90년생과 91년생이 다르고, 98년생과 99년생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물론 98년생도 하나로 묶기에는 저마다의 개성과 방향이 너무 뚜렷하다. 



가심비를 중시하고, 미닝 아웃(meaningout) 소비에 거침없이 돈을 쓰며, 공정이라는 가치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파격과 개혁보다는 안정과 균형에 초점을 두는 세대. MZ세대의 특성을 규정하는 온갖 말들을 정리해보면 그렇다. 취업을 준비하다 보면 마치 내가 어른들 앞에선 MZ세대의 대표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난 당신들과 달라요.' 하는 모습을 한껏 보여주어, 역시 요즘 애들은 뭐가 다르군! 하는 애매한 칭찬을 받아내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사실 나이의 흘러감은 누구에게나 오는 법이다. 면접장에서 내 앞에 앉은 높은 직급의 어른들도 언젠간 나와 같은 24살이었을 테고, 혼돈의 대학생 시기를 지나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첫 시작의 순간을 지녔을 테다. 그들은 나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물음을 던져야 하는지 모른다. 


'내가 그때 어땠지?' 하는 물음말이다. 



어릴 적 내겐 큰 꿈이 있었지
전장을 이끄는 영웅이 되는 꿈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승리의 영광을 누리는 꿈

어른이 된 오늘 내게 세상이란 곳
어릴 적 그리던 꿈속 전쟁터구나
그 속에서 나는 다시 영웅이 되려
선포한다 작전명 청춘


-잔나비, <작전명 청춘>



알파벳으로 포장된 그런 거창한 이름 말고, 나는 그냥 당장 내 앞날을 걱정하는 아무것도 아닌 사회 구성원 1일뿐이다. 웃겨서 나를 즐겁게 하거나, 세련되어 멋져 보이는 걸 좋아하고, 남들이 많이 하는 걸 따라 하며 소속감을 느끼고 싶을 때도 있고,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소박한 외로움을 좋아한다. 어느 나잇 대여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사람은 대개 그렇고, 그건 태어난 연도와 크게 관계가 없다. 


내 주위의 어떤 20대는 안정을 추구하고 노후를 걱정하는 마음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어떤 40대는 몇 번의 사업 실패를 겪고도 또 다른 사업을 일으켜보려 도전한다. 어리다해서 반드시 도전적인 것도 아니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해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도 아닌 셈이다. 소위 말하는 '청춘'의 삶이 사실 그렇다. 누구는 파란만장 하지만 누구는 잠잠하기도 하고, 누구는 시끄럽지만 누구는 고요하게 보낸다. 


'그들'이 원하는 MZ세대에 관한 답변이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정작 MZ세대에 해당하는 우리 역시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잘 모르고, 이렇다 규정할 만큼 일관된 성향을 가진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사실 MZ세대는 자신들에 관한 네이밍에 관여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에 관해, 내 앞날에 관해, 고민하다 가끔은 쉬어가며 나름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취준 기간 동안 마주할 무수한 물음들에 대해 MZ세대의 대표로서 어떤 답변을 내놓아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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