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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스 May 20. 2022

좋습니다, 아직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 소감


어쩌다 보니 취업을 했다. 늘 공부하던 카페에서 합격소식을 전달받고, 떨리는 마음에 뛰쳐나와 학교를 작게 한 바퀴 돌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바늘구멍만치 적었던 언론고시 공채에 내 자리가 있었다는 건, 이따금씩 나는 내 인생의 모든 운이 그 자리를 마련하는 데 쓰인 게 아닐지 생각하기도 한다. 아무튼, 중요한 건 벌써 그렇게 일을 시작한 지 몇 개월이 흘렀다는 점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별안간 일을 시작하게 되며, 내가 포기해야 하는 건 생각보다 많았다. 이를테면 친구와 가족과의 시간 같은 것. 이 외에도 내 마음을 편하게 하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다. LP판을 구경하려 레코드샵을 괜히 돌아다닌다거나, 좋아하는 서점에 찾아가 하루 종일 죽 치고 책을 읽는다거나. 목적 없이 탄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돌아다니는 일 같은 것들. 타인과의 시간은 고사하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조차 버거운 일정이 계속되었던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생각보다 잘 지냈고 생각보다 잘 지쳤다.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취미가 뭐냐'라고 물었을 때 (으레 첫 만남에 할 말이 없을 때 하는 단골 질문), 나는 내가 답할만한 취미를 갖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취미 하나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것도 벌써 반년이 되도록 유의미한 진척을 보이지는 못했다. 가끔씩 어른들의 어떻게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하는 말을 들을 때면, 그래도 자신이 사는 인생인데 어찌 가는 방향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어떻게 살다 보니'라는 말을 쓸 수 있지? 하는 궁금증을 갖곤 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딱 그렇다. 어떻게 살다 보니 이렇게 살고 있다.



One, two, three, four

Sha-la, la-la-la-la, live for today    

(Hey, Hey, Hey)

Sha-la, la-la-la-la, live for today    

And don't worry 'bout tomorrow, hey  

Sha-la, la-la-la-la, live for today

Live for today      



일을 시작하기 전과 후의 나는 이렇게 달라졌다. 만들고 싶은 사람에서 -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아직 만드는 사람이 된지는 모르겠다.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는 건, 내가 줄곧 하는 허무맹랑한 상상(혹은 망상)들에게 '너희도 어쩌면-' 하는 희망 같은 걸 불어넣어 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쁜 일이다. 바쁘고 지치는 것과 별개로, 나는 줄곧 기쁜 상태였다.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아무튼 기쁘다. 여전히 나는 카메라로 찍은 세상을 좋아한다. 그 세상이 TV에 나오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이 그 세상을 보며 떠드는 걸 좋아한다. 더 떠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아주 크게, 그래서 내 귀에 들릴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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