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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윤 Jun 28. 2019

나의 첫 번째 강아지

강아지 얻어내기 2탄



 펫 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렌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여주인이 환한 웃음으로 반겼다. 팔뚝만한 크기의 작은 강아지가 그녀의 품에 안겨 있었다. 처음 강아지를 보았을 때, ‘사진 속 모습과는 약간 다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강아지는 인터넷에서 본 사진 속 모습보다 약간 몸집이 더 컸다. 조금 더 몸집이 작았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 아이는 이제 막 4개월에 접어들었어요.”

 여주인이 말하며 강아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강아지는 꼬리를 사방으로 흔들며 바닥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강아지를 손으로 잡아 들어 올려 얼굴을 마주 보았다. 아이는 땡그란 눈으로 내 눈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털도 부드럽고 몸무게도 가벼웠다. 낯가림을 하는지 내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하자 나는 강아지를 바닥에 놓아주었다. 강아지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여댔다. 건강해 보여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말괄량이예요.”

 여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강아지는 카운터 쪽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나는 혹시나 강아지가 전선을 물어뜯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가게 안의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나타났다. 강아지는 이미 가게 주인들과 친해진 모양인지 그 남자에게로 가 안겼다. 나는 이미 다른 사람들과 친해져 나는 안중에도 없는 강아지에게 왠지 모를 섭섭함을 느꼈다. 여주인은 식탁에 종이와 펜을 두고 엄마와 내게 강아지를 어떻게 키우는지 설명했다.

 “산책은 하루에 2시간씩 시켜주시는 게 좋아요. 사료는 통에 찰만큼만 주셔도 돼요. 아직 어리니까 따뜻한 곳에서 자게 해주세요.”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종이를 채웠다. 강아지를 분양하는 꿈에 그리던 순간이 찾아온 것에 감격스러웠다.




 종이 작성을 완성하자 여주인은 강아지를 담을 상자를 가져왔다. 상자는 강아지 몸에 꼭 맞는 크기였다. 그녀는 강아지를 상자에 넣어 내게 주었다. 상자 속에서 강아지는 답답한지 몸을 들썩였다. 여주인은 강아지를 위한 배변판과 배변패드, 쿠션을 가져와 보여주었다. 그린색과 핑크색 둘 중에 무엇을 고를 것이냐고 물었다.

 “강아지가 여자애니까 핑크색을 고를게요.”

 내 말에 여주인이 웃으며 핑크색 배변판을 주었다. 여자애니까 꼭 핑크색을 고르란 법은 없었지만 그린색보단 왠지 핑크색이 더 끌렸다. 강아지를 위한 털빗기와 사료, 사료통을 덤으로 받았다. 나는 총 60만원을 현금으로 계산했다. ‘고등학생 시절 백일장에서 탄 상금을 강아지 사는데 쓰기 될 줄이야.’ 나는 돈을 지불하며 생각했다. 강아지를 사기 위해서라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안녕히 가세요. 예쁘게 키우세요~”

 엄마와 나는 펫 샵을 나왔다. 드디어 내게도 강아지가 생기다니 믿기지 않았다. 나는 강아지가 답답해하지 않도록 상자 문을 열었다. 강아지가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상자에 손을 넣어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강아지는 밖으로 나오려고 아등바등했다. 나는 상자 문을 열어둔 채 강아지가 바깥 공기를 맡게 해주었다. 나는 문득 강아지들이 창문 밖으로 바람 쐬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한 번 강아지에게 바람을 쐬어줄까 하고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아직 그러기에는 강아지가 어리고 추위를 탈 것 같았다. 상자 바닥에는 배변패드가 깔려 있었고 약간의 오줌 자국이 남아있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강아지가 배설하면 어떡하지?’

 내 걱정과는 다르게 착한 강아지는 얌전히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 나는 다시 상자 문을 닫았다. 강아지가 상자 속으로 들어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나는 상자를 품에 안고서 차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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